불난 집에 부채질 한 계엄령…“서민 경제 다 죽는다”
계엄령 소식에 손님들 밀물 빠지듯
얼어붙은 내수 심리 더 위축될까
"자영업자 살리겠단 약속 내팽겨"
K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연쇄 타격
느닷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오후 10시 25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들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상황을 예의주시하더니, 하나둘씩 식당을 빠져나갔다. 계엄 사태를 겪어본 적이 있는 60대는 물론 20~30대 젊은 손님들도 귀가를 서둘렀다.
식당 주인 A 씨는 “뉴스를 보더니 식사를 끝내지 않고 일어나시는 손님들도 있었다”며 “그렇지 않아도 ‘연말 특수’가 사라져 힘든 상황인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6시간여 만에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꽁꽁 얼어붙은 내수 심리가 더욱 위축될 우려가 높다. 코로나19 사태 때 거리두기 여파가 아직 생생히 남아있는 지역 자영업자들은 당시의 악몽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한다.
자영업자들은 이번 사태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고 있다. 부산시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 씨도 황당한 계엄 해프닝에 걱정이 태산이다. B 씨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아무래도 공무원들은 외부 활동을 줄이기 마련”이라며 “공무원 상대 점심 장사로 먹고 사는데, 상권이 위축될까 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사태가 다행히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간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라면과 생수, 쌀 등을 사재기한 인증글들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라면 등 생필품이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자영업자인 C 씨는 “가뜩이나 날씨도 급작스레 추워지는데 시민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면 아무래도 외출이나 외식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며 “자영업자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공허하게 메아리칠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환율이나 증시 등이 영향을 받는다면 실물 경제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실물 경제 위축이 가계 소득 약화로 이어진다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비상계엄이라는 문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순항하던 K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다면 파급 효과는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상대하는 소상공인 D 씨는 “벌써 해외에 있는 지인들이 한국에 무슨 큰일이 난 것 아니냐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내왔다”며 “한국 정세에 불안감을 느끼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이번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