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다시, 에어부산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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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진 경제부 차장

시민공감 등 시민단체들이 2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결단을 재차 촉구했다. 앞서 지역 상공계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물론 가덕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와 시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도 성명서를 잇따라 내고 정부 등을 규탄했다.

이는 국가 정책으로 인해 부산이 키운 지역 우량 기업을 눈앞에서 놓치게 생겼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업 하나를 잃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지역 경제 중추 역할을 할 가덕신공항 운영의 한 축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에어부산 얘기다.

지역민들의 ‘에어부산 지키기’에는 별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지역민들이 함께 만든 지역 기업이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지역 기업들이 힘을 합쳐 2007년 공식 출범한 (주)부산국제항공을 모태로 한 에어부산은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김해공항 전체 이용객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지역민과 호흡하는 지역의 상징이다. 모기업의 기업결합 이슈로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도 지난 3분기 매출액 2502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2305억 원)을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부산상의가 발표한 ‘2023년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기업 현황 보고서’에서 에어부산은 2022년 1202위에서 지난해 571위로 껑충 뛰어오르며 1000대 기업에 재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역 거점 항공사로서 역량이 입증된 에어부산이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의 적임자로 꼽힌 것은 당연지사다. 지역 사회가 에어부산의 대내외 행보에 주목하고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천명한 것은 지역 공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역 항공사가 지역을 거점으로 관련 산업을 확장시킬 것이라는 믿음 덕분이다.

문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국토부와 산업은행이 말바꾸기 행태를 지속한 데 있다. 2020년 두 회사의 기업 결합을 추진하면서 국토부는 통합 LCC 거점을 지방 공항으로 하겠다고 밝혔고, 산은 역시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한 제2 허브 구축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지역 여론을 잠재웠다. 하지만 국토부와 산은은 약속을 저버리고 “민간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며 대한항공에 책임을 떠넘겼다.

득을 본 것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국내 유일 대형항공사로서 독점적인 지위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을 합친 통합 LCC 출범으로 국내 LCC 1위도 꿰차게 생겼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0월 국제선 기준 3사가 운송한 여객 수는 1058만 명으로, 아시아나항공(976만 명) 여객 수는 물론 LCC 1위인 제주항공(714만 명)과 2위 티웨이항공(544만 명)을 크게 웃돈다.

국가기간산업 경쟁력 강화 명분으로 8000억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항공이 일개 ‘민간 기업’인가. 정부 정책 결정이 오너 일가의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 될 말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당초 정책 방향대로 통합 LCC 거점을 지방 공항으로 하고 지방 공항을 기반으로 한 제2 허브 구축에 나서야 한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가덕신공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대명제를 잊어선 안 된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물론 부산시, 부산시의회, 지역 상공계 역시 정부를 적극 설득하는 한편 대한항공이 에어부산 분리매각 등 전향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아직 시간은 남았다. 다시, 에어부산이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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