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선천성 기형 질환, 대부분 응급 상황” [치유의 시대-명의와 휴&락]
⑨ 좋은문화병원 조용훈 부장 ‘소아외과’
항문 아예 없으면 3단계 걸쳐 수술
저위형 항문은 위치만 바꾸면 돼
탈장 진단 늦어지면 괴사 위험까지
소아외과에서 수술해야 흉터 작아
‘소아=성인 축소판’은 잘못된 생각
사용기구, 재료, 접근법 등 차이 커
의료 수가 등 제도적 뒷받침 필요해
소아외과 전문의는 전국에 50여 명뿐이다. 부산·경남권에서는 5명에 불과하다. 적은 수로 지역 전체를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24시간 대기 상태다. 그래서 아주 귀한 존재다. 주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종합병원급에서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가 근무하는 곳은 전국에서도 좋은문화병원이 유일하다. '명의와 휴&락’ 소아외과 편에서는 좋은문화병원 조용훈 부장으로부터 대표적인 선천성 소아외과 질환인 항문 폐쇄증과 소아탈장의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조 부장은 “흔히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소아는 성인들과 비교해 치료의 접근법이 다르고 사용하는 기구와 재료도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촬영은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한 채식 비건식당 ‘베지나랑’에서 진행했다. 이곳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매일 깨끗하게 준비한 채수(채소를 우린 물)로 맛을 낸다고 한다.
-외과에서 소아와 성인을 구분하는 이유가 있나.
“소아는 작은 성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소아는 수술 후 생리학적 반응이나 회복 과정이 다르다. 몸무게가 900g 정도밖에 안 되는 신생아는 성인과 비교해 수술 방법에서도 차이가 난다. 성인의 경우 소화기관 수술 때 자동 기구도 많이 쓰지만 우리는 손으로 다 해야 한다. 소아를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은 외과 의사가 소아외과 관련 처치를 하려면 상당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소아외과는 어떤 특수성이 있나.
“신생아 때에는 식도부터 위, 대장, 항문까지 모든 장기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성인은 위장 대장 등 각각의 소화기관을 세분화된 진료과에서 담당하지만 소아는 모든 외과적인 문제를 우리 과에서 다룬다. 또 다른 한편으로 소아는 성인과 다르게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힘들다. 보호자를 통해 한 단계 거쳐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선천성 소아 질환엔 어떤 게 있나.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도 폐쇄증, 십이지장 및 소장 폐쇄증, 항문 폐쇄증, 장 이상회전증, 허쉬스프룽병, 횡격막 탈장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출생 직후 진단되지만 산전 진찰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중요한 점은 출생 후 소화기 계통의 선천성 기형이 확인되는 경우는 거의 대부분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항문 폐쇄증이 확인되면 어떤 처치가 필요하나.
“선천성 항문 기형은 신생아 5000명 중에 1명꼴로 나타난다. 보통 신생아가 태어나면 3일 내에 태변을 배출해야 하는데 태변이 안 나오면 응급 상황이 된다. 항문 폐쇄증은 항문이 아예 없는 고위형과 항문은 있는데 위치가 비정상적인 곳에 있는 저위형이 있다. 저위형은 항문이 작은 구멍 형태로 관찰되는 경우가 흔한데 항문 위치만 간단하게 바꿔주면 된다. 반면에 고위형은 몇 단계에 걸쳐서 새로 항문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매우 까다롭다.”
-항문이 없는 고위형은 수술할 때 어떤 단계를 거치게 되나.
“3단계로 나누어 수술을 진행한다. 우선 태변 배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루(대변주머니) 설치 수술을 시행한다. 이어서 새로운 항문을 만들어주는 항문직장 성형술을 하고 마지막으로 장루를 제거하고 모든 장을 연결해주는 장루복원술로 마무리된다. 단계별로 간격을 두고 진행되는데 보통 6~8개월 가량 걸린다.”
-소아외과 다빈도 질환인 서혜부 탈장도 나이에 상관없이 빨리 수술하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성인과 달리 소아는 작은 구멍으로도 탈장이 많이 일어나 자동으로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응급 상황이 잘 생긴다. 때문에 진단이 되었다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또 탈장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장이 괴사할 위험도 있고 혈액 순환이 차단되면 수술 범위도 커지고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소아 탈장의 경우 일반외과에서 수술을 받아도 되나.
“소아외과 전문의들은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다’는 말을 자주 한다. 탈장이 성인에게도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보니 신생아 탈장수술도 일반외과에서 해도 상관이 없지 않느냐고 묻는데 그렇지 않다. 소아 환자는 시기별로 특성이 다르고 성인에 비해 세밀한 수술 방법에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소아외과에서 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
“가끔씩 외래에서 소아외과 전문의가 아닌 외과 전문의가 탈장 수술한 환자를 보면 흉터가 커서 우리와 처치 방식이 다르다는 걸 많이 느낀다. 반면 소아외과에서 하면 흉터가 작거나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소아 특수성을 잘 알고 진료 경험이 많기 때문에 소아외과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드시 소아외과를 찾아야 하는 질환은 어떤 것이 있나.
“신생아 시기를 넘어서 생길 수 있는 질환이 두 가지가 있는데 위유문협착증과 소아 충수염이 있다. 위유문협착증은 위의 출구가 막혀 수유 직후에 분출성 구토를 한다. 소아 충수염도 흔한 외과 질환 중 하나인데 외과에서 수술해도 되지만 소아외과에서 하는 게 더 안전하다. 그 외에 음낭에 물이 차는 음낭수종, 얼굴에 커다란 물혹이 생기는 림프관종 등도 소아외과에서만 다룰 수 있는 질환이다.”
-필수 의료 분야임에도 제도적인 뒷받침이 많이 부족하지 않나.
“소아외과는 수술방에 투입되는 자원이 성인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수가는 아주 낮다. 진료를 잘 해도 적자가 나기 때문에 병원에서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소아외과를 비롯한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해 수가를 비롯해 더 많은 지원이 절실하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