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글로벌 커피 도시로 떠오르는 부산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작가
한국 제2 도시이자 최대 무역항을 가진 부산이 세계적인 스페셜티 커피 도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946년 부산항을 통해 브라질 커피가 처음 수입된 이후, 한국의 커피 산업은 꾸준한 성장을 지속했다. 2022년 기준으로 전국에 약 10만 개의 커피 전문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편의점 수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2023년에는 부산항을 통해 19만 3000톤의 커피가 수입되어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부산은 단순한 커피 소비를 넘어 수입, 유통, 로스팅, 카페 운영 등 커피 산업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세계 최대 커피 전시회인 ‘월드 오브 커피(World of Coffee)’와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이 지난 5월 1일부터 4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렸다. 세계적인 두 국제 행사가 스페셜티 커피 역사상 처음으로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개최된 것이다. 이는 부산이 세계적인 커피 도시로 도약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유명 바리스타 활약에 커피 문화 형성
민관 협력으로 세계적 커피 도시 부상
단순 소비 넘어 유통 등 산업화 이뤄져
일자리 창출·청년층 유입 효과도 생겨
일관된 행정 지원·지역 업체 개발 필요
부산 커피 산업이 이 같은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요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 국가대표급 바리스타들의 활약이다.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세계적인 바리스타들의 활약을 통해 커피 품질과 기술의 향상을 선도하고 있다. 모모스커피의 전주연 바리스타는 아홉 번의 도전 끝에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2019년 미국 보스턴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한국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바리스타 대회는 커피 선별부터 로스팅, 추출, 창의적인 음료 개발까지 다양한 기술력을 겨루는 자리로, 각국의 커피 산업을 대표하고 있다. 호주의 폴 바셋, 미국의 마이클 필립스와 같은 전 세계 대회 우승자들은 커피 산업 전반을 성장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전주연 바리스타 또한 세계 대회 우승 이후 외부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모모스커피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 집중하면서 부산 지역 바리스타들의 기술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부산의 바리스타들은 기술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커피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을 꼽자면, 커피 산업의 성장과 함께하는 지역 커피 문화의 발전과 구도심의 성장이다.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지역 젊은 층의 일자리 확대와 구도심의 안정적인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지역 사회의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고품질 일거리를 제공했고, 전국의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해 부산으로 이주하는 새로운 사회 현상을 형성했다. 전주연 바리스타의 우승 이후, 부산의 바리스타들이 한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전국의 수많은 프로페셔널 바리스타들이 앞다투어 부산으로 취업을 위해 이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베르크커피와 히떼커피와 같은 지역 기반 독립 스페셜티 커피 매장의 발전과 함께 부산 구도심인 전포동이 미국 뉴욕의 소호, 샌프란시스코 미션지구, 서울 성수동에 필적하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 지역으로 성장하였다.
세 번째는 민관 협력을 통한 체계적인 커피 산업 육성이다. 부산시는 박형준 시장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2022년 전국 최초로 ‘커피 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며 지역 커피 산업 육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부산항을 중심으로 유통망 혁신, 빅데이터 기반 생두 품질 검증, 다양한 커피축제 개최 등 커피 산업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부산 커피 산업의 입체적인 성장은 단순한 관광지로 커피 도시를 지향하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특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2024년 국가대표 바리스타 임정환 씨의 에어리커피, 한국 최초의 세계 컵테이스터 챔피언 문헌관 바리스타의 먼스커피,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최재영 바리스타의 노프로그램커피가 부산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부산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신규 저품질 업체의 출현과 지역 커피 산업을 훼손하는 일부 행정 규제들이 우려스럽다. 커피 도시를 지향하던 일부 지역들이 행정 지원의 일관성 부족과 지역 업체 개발 소홀 등에 따라 쇠퇴하고 있다. 부산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세계 최고의 커피 도시로 더욱 발전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