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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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열(1957~ )

견디어야 한다

단 한 줄로 세상을 밝힐

봄은 오고야 말겠지만

사유와 상상력을 번갈아 마시며

아직은 때가 아니다 중얼거리며

더 견디어야 한다

얼마나 올바르게 살았나

부모와 세상에 진 빚은 다 갚았나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모든 시간이 나를 허락하는 그 순간이

불꽃처럼 덮칠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이성과 감성의 수위가 같아져서

본성의 봇물이 터지는 그 새벽을

-시집 〈울지 않는 소년〉(2013) 중에서

시인들은 시로 자신의 시론을 말해야 한다. 이규열 시인에게 시는 ‘얼마나 올바르게 살았나’를 성찰하는 것으로 등장한다. 그때 시는 ‘반성의 거울’이다. 시로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거나 새롭게 창조해 보는 것이다. 시는 ‘사유와 상상력을 번갈아 마심’으로써 내가 왜 이 지상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묻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 시의 놀라운 점은 ‘나를 허락하는 그 순간이 불꽃처럼 덮칠 때’를 시의 본질로 본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이성과 감성의 수위가 같아져서 본성의 봇물이 터지는 그 새벽’으로 말하고 있지만, 모두 ‘불꽃으로 덮치거나 봇물로 터지는’ 절정의 순간을 시적 상황으로 보고 있다. 절정, 그것은 엑스터시이자 궁극이다. 존재의 어떤 부분이 지극한 경지에 이를 때 저절로 터져 나오는 것이 시라는 것이다. 그때 시는 초월이다. 인간으로서 도달하고 싶은 지고한 영적 경지에 대한 갈망! 하여 이 시에서 시는 자기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구도(求道)다. 김경복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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