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산에서 시작하는 통일 관광
김윤경 영산대 호텔경영학과 교수
통일과 평화 여정 열 도시, 부산
관광 통해서 남북 연결의 시발점
자갈치·국제시장 전쟁 흔적 간직
부산에서 시작해 백두산까지 여정
한국 글로벌 관광 시대 개막 선도
한반도 미래 바꿀 큰 에너지 기대
올해 11월 부산에서는 평화통일에 대한 행사가 두 건이나 열렸다. 인류가 직면한 현안의 협력 방안과 비전 공유를 위한 ‘2024 부산 세계평화 포럼’과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이 제시하는 자유·인권·통일의 꿈’이라는 세미나였다. 둘 다 글로벌 통일 담론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주제였다. 포럼을 준비하면서 도시 부산이 전쟁으로 치닫는 세계적인 흐름을 되돌려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쩌면 관광이 주요한 해결책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것도 여기 부산에서. 전쟁의 아픔을 간직하면서도 도약을 멈추지 않는 부산은 통일과 평화를 향한 여정을 열 가능성을 품고 있다. 관광이라는 도구를 통해 남과 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될 수 있다면, 그 첫걸음은 부산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부산은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마지막으로 모여든 곳이었다. 국제시장이나 자갈치시장을 거닐다 보면 그 흔적을 여전히 느낄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전쟁의 상처와 회복의 이야기가 깃든 공간이다. 이런 장소는 통일을 위한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며, 미래를 함께 그려나갈 수 있는 곳. 부산은 그런 이야기가 있다. 부산항에서 출발해 동해를 따라 북한의 원산까지 이어지는 바닷길을 상상해 보자. 남북의 사람들과 문화가 배에서 만나 교류를 시작한다면 얼마나 특별할까? 바다는 국경을 초월하는 공간이다. DMZ라는 땅 위의 경계선이 아니라, 바다라는 열린 공간에서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서로를 이해하는 데 한층 더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관광은 단순히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것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바닷길을 통한 관광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남북 화합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바다 여행 말고도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 개성, 그리고 평양까지 이어지는 여정도 상상할 수 있다. 열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남북한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교류할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며 부산역은 KTX의 종착역이 아니라, 통일을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새로운 출발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유라시아 철도망과 연결된다면 부산은 동북아의 관광 허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부산에서 시작된 여정이 평양을 거쳐 유럽까지 이어진다면, 한반도가 세계로 향하는 출발점, 새로운 유럽 여행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K-move의 엄청난 영향력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요즘, 부산도 이미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도시 중 하나이다. 해운대의 푸른 바다, 광안리의 야경,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부산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런 부산의 매력에 남북 관광이 더해진다면, 부산은 남북통일을 상징하는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다. DMZ와 연결된 관광 패키지, 부산에서 시작해 북한의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북한의 숨겨진 자연과 문화가 부산의 국제적 인프라와 연결되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 남북통일은 부산에는 분단의 종결이 아닌 대한민국 글로벌 관광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분단과 전쟁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인 부산은 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삶이 녹아든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은 전쟁의 아픈 역사를 증언하면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장소는 관광을 통해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북이 함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장이 되어서 분단의 상처를 치유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세계인을 끌어들여 한반도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 철도와 바닷길, 그리고 부산의 국제적 자원을 활용한 통일 관광은 작은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한반도의 미래를 바꿀 큰 힘이 될 것이다. 부산이 그 여정의 시작점이 된다면, 이 도시는 단순히 대한민국의 끝이 아니라, 세계와 한반도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작점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요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비롯해 시리아, 예멘, 수단, 미얀마 등 여러 국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무력 충돌로 인해 우리마저도 마음이 편치 않다. 더욱이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했다는 소식은 세상을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이러한 시기에 개최된 부산 평화 포럼을 준비하며 부산에서 시작되는 이 통일과 평화의 이야기가 남북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날을 꿈꾼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자연스럽게 입안에서 흥얼거려진다. 지금은 꿈이지만 여행이 우리를 연결하고, 관광이 평화를 열어줄 그날이 멀지 않았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