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섭 칼럼] 2030월드엑스포 유치 실패 1년, 백서는 언제?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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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1년 전 허무하게 끝난 엑스포의 꿈
시민들 충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유치 전 과정 분석·평가 담을 백서
당초 이달 말 발간 계획, 내년 연기
중앙정부 무성의와 부산시 안일함
냉철한 실패 분석 없을 땐 후폭풍

부산시민회관에는 시민 1600여 명이 밤이 이슥한데도 불구하고 손에 손에 깃발과 LED부채를 흔들며 “부산 이즈 레디!” 함성을 연이어 외쳐댔다. 부산박물관에서는 축하공연 등 국민응원전이 펼쳐졌고, 비슷한 시각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인 프랑스 파리에서도 한국문화원과 시내 유명 카페에서 대대적인 부산 응원전과 홍보전이 열렸다.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투표 날이었던 작년 11월 28일, 부산과 파리의 분주했던 하루 풍경이다. 신기루처럼 엑스포 유치의 기대가 사그라진 지 꼭 1년이 됐다.


참담했던 투표 결과의 충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날 이후 시민들은 공사석을 막론하고 엑스포와 관련한 얘기를 꺼렸다. 뜨겁던 언론의 관심도 급속하게 식었다. 엑스포 유치 활동을 직접 벌였던 부산시와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투표 결과가 나온 지 벌써 1년이 지나고 있지만 엑스포 재도전과 관련한 향후 방향은 있는지, 혹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들리는 소식은 전혀 없다. 현재 분위기만 본다면 엑스포 유치 실패의 상처가 너무 깊고 넓어 누구라도 섣불리 이를 거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생각해 보면 그도 그럴 것이 2030월드엑스포 유치의 전 과정을 공식적으로 분석·평가해 아퀴를 지어야 할 백서 발간조차 아직 감감무소식이니 다른 일이야 말할 것도 없다. 백서는 지난 유치 활동의 마무리와 새로운 계획을 위한 준거점인데, 지금은 1년이 지나도록 백서 발간 날짜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알다시피 백서는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모든 경과와 활동, 냉철한 평가가 망라돼야 할 기록물이다. 부산시와 정부 부처, 대기업 간 협업 체계 구축부터 대륙별 유치 활동 방향과 조직, 여기에 지출된 예산까지 모든 항목이 꼼꼼히 기록돼야 한다. 또 기본 유치 방향 설정, 지지국 확보 방안, 경쟁국에 대한 정보 수집 등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제삼자의 관점에서 낱낱이 분석해야 한다. 당연히 투입된 예산의 적절성과 효율성에 대한 면밀한 평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백서라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기본 중의 기본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개최지 결정이 끝난 지 1년이 지났고 올해 갑진년도 벌써 연말로 접어드는 시점임에도 백서의 윤곽조차 감감한 것은 부산시와 정부의 책임의식 부재를 탓할 수밖에 없다. 엑스포 유치 활동을 하면서 과연 절박함을 느꼈는지도 의심하게 한다. 지금의 백서 발간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조차 안팎의 실정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우물 안 개구리식의 근거 없는 기대감에만 부풀었던 과거 유치 활동의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부산시는 백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당초 이달 말까지 발간하려던 계획은 늦어져 내년 1월께로 미뤄졌다고 덧붙였다. 시가 밝힌 지연 이유는 이렇다. 올 상반기에 백서 준비를 시작하면서 엑스포 유치 정부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에 공동 발간을 제안했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국회의 지적 이후 참여 의사를 뒤늦게 밝히면서 일정이 다소 지체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국민들의 에너지는 말할 것도 없고 엄청난 국가 예산이 투입된 대형 행사 유치를 망쳐 놓고도 아무런 책임감도, 성찰도 없는 중앙정부의 지방 무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부산시가 이를 빌미로 백서 발간을 내년으로 넘기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시는 엑스포 부산 유치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다. 중앙정부가 백서 발간을 남의 일로 여겨 발을 빼려고 해도 시는 그럴수록 더욱더 백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득하고 다그쳐야 했다. 지난해 참담한 결과를 받은 뒤 시는 곧바로 시민 여론을 수렴해 재도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정 여부의 첫 단계가 백서 발간이다. 시가 공언한 대로 백서가 이미 계획된 이달 말이 아니라면 적어도 올해 안으로는 발간돼야 재도전의 희미한 실마리라도 이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발간 타이밍인데, 지금껏 아무런 설명도 없는 데다 더구나 내년 1월로 늦춰졌다면 시민들은 백서가 정말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짐작한다.

어느 정도 짐작되는 것처럼 시가 혹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백서 발간 시점과 내용에 따라 시민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발간이 계속 지연되고 실패의 원인 분석마저 흐릿하다면 지난번처럼 열정적인 시민 지지는 고사하고 엄청난 후폭풍도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내년 중반부터는 2026년 지방선거 분위기로 접어든다. 이어 대선이 다가온다. 그런데도 앞으로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여긴다면 이는 과거 실패의 전철을 되밟는 일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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