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대한민국 미래는 해양력 강화로
류동근 한국해양대 총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과 조선업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해양굴기와 해양력 강화를 우려하며 자국의 해운·조선산업을 재건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의회는 ‘국가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지침’을 발표하며, 미국의 해양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중국의 해양세력에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지침은 미국의 해운·조선산업을 빠르게 강화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동맹국들과 협력하고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해양산업을 재건하고, 미국 선단을 늘리고 해양 수송 능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 국방부는 민간과 군용 조선 시설을 활성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하며, 한국과 일본 등의 동맹국에 조선업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수십 년간 세계 해양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지난 8월에 이어 수주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한국 조선업과 협력을 공언한 상황이어서 관련 수주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국 해양굴기 대비 동맹국 협력 시사
국가 경제·안보·외교·과학기술 발전과 직결
해양 관련 전문가 육성과 인식 제고 필요
해양력 키우기 위한 국가 관심과 지원 절실
해양 국가들은 다양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지속 가능한 해양 활용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해양 협력을 확대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첨단 물류 기술과 스마트 항만 구축을 통해 해운 허브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해양 연료 및 친환경 선박 개발을 선도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일본은 심해 자원 탐사와 수중 드론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스는 해운업 강화, 친환경 기술 도입, 국제 협력, 해양 관광 활성화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해양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해양 국가들은 해양을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으로 활용하며,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왜 해양력을 강화해야 하는지를 확인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해양력은 한 국가의 해양 관련 능력과 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국가의 경제·안보·외교·과학기술 발전에 직결된다. 첫째, 경제적 이유다. 전 세계 무역의 약 80%는 해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해양력은 주요 해상 교역로의 안정적 확보와 효율적 활용을 보장한다. 어업, 해저 자원(석유·천연가스·광물 등), 신재생 에너지(해상 풍력 등) 등 해양 자원은 경제적 가치를 제공한다. 이를 관리하려면 해양력이 필수이다. 해양 관광은 국가의 중요한 수입원이 될 수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해양 안전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둘째, 안보적 이유다. 해양 영토(배타적 경제수역 등)의 보호는 국가의 자원과 주권을 지키는 데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해군과 해경 등의 해양 안보 능력이 필수이다. 주요 교역로를 위협하는 해적, 테러, 또는 분쟁 상황에 대응하려면 강력한 해양력이 필요하다. 해군력을 강화하면 해양에서의 전략적 억제력을 통해 국가의 안보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 해양교육기관에서 양성하는 선원과 해기사는 국가의 비상사태 시 선박 운항을 통해 물자나 사람을 수송하는 제4군의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외교적 이유다. 해양 영토와 관련된 국제 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강한 해양력이 필요하다. 해양 환경 보호, 구조 및 구호 활동, 해양 과학 연구 등에서 국제적 협력을 주도할 수 있다. 넷째, 과학기술 및 환경적 이유다. 해양 생태계와 기후 변화 연구는 전 지구적 과제로, 이를 위한 연구 역량을 확보하려면 해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섯째, 국가 위상 강화이다. 강력한 해양력을 보유한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국제적 역할을 확장할 수 있다.
해양력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따라서 해양력 강화는 국가의 지속 가능성과 번영을 위한 필수 과제라는 것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해양산업 육성, 해양 인재 양성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세계 해양 국가들의 공통적인 해양력 강화 방안으로 해양 관련 교육과 인식 제고를 중요시하고 있다. 해양 관련 대학과 연구소에서 글로벌 수준의 해양 전문가를 배출하고 해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국민적 관심과 지원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양 영토 주권, 해양 경제, 해양 안보, 해양 외교, 해양 환경, 해양 과학기술 분야 등 해양력을 키우기 위해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해양 인재 육성을 통한 해양력 강화에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