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 함께 집에 가야죠…” 구조된 항해사 다시 사고 해역으로 [금성호 침몰]
가장 늦게 선단선에 올랐던 30대
구조 작업 도우려 다시 나서기도
“나중에… 나중에 얘기할게요. 지금은 얘기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135 금성호 사고 사흘째인 10일 오후 5시께 사고수습대책본부가 꾸려진 제주 한림항 선원복지회관에 들어가던 실종자 가족 이경혜(가명) 씨가 말끝을 흐렸다. 상황을 묻자 목에 말이 걸린 듯 재차 말을 시작하다 멈췄다. 결국 손을 내저으며 옆에 있는 딸만 가리켰다. “여기는 우리 딸.” 함께 온 딸 품에는 다른 실종자 가족들에게 나눠줄 박카스 박스가 들려있었다. 이 씨는 남편이 실종됐다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부산에서 제주로 왔다고 했다. 마스크와 모자로 모습을 꼭꼭 감춘 이 씨의 눈가가 붉었다.
제주 비양도 해상에서 금성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들은 실종자 가족 29명은 부산에서 통영에서 거제에서 서둘러 제주로 향했다. 사고 첫날 가족들이 모여 들었던 선원복지회관은 사고 사흘째가 되면서 무거운 적막만 흘렀다. 요가 깔린 가족 대기실은 텅 비어 있었고, 켜진 텔레비전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족 대기실 옆에 자리가 마련된 재난심리 회복지원센터에는 의료진뿐이었다. 현재 실종자 가족들은 대책본부 측에서 마련한 선원복지회관 맞은편 숙소에서 머물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실종자 가족들은 한국에 직접 오지는 않고, 주검 인양 시 선사 측에서 인도네시아로 주검을 보내기로 했다.
전날 실종자 가족 10여 명은 직접 제주항으로 이동해 해경 경비함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다녀왔다. 이날도 일부 가족이 사고 현장을 직접 보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함께 현장 수색에 나갈 예정이었으나 기상 상황이 악화되면서 계획은 미뤄졌다.
금성호 항해사이자 사고 당시 동료들을 여럿 구한 것으로 알려진 30대 이 모 씨는 전날 다시 배를 타고 사고 해역으로 나가기도 했다. 자신이 가장 사고 해역 상황을 잘 알고 있으니 동료 구조 작업을 돕겠다는 이유였다. 이 씨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동료들에 대해 “한솥밥을 먹던 분들이다. (물 밖으로)올라와야죠. 집에 가야지”라며 “저는 한 것이 없다. 아직 실종자 분들이 물 속에 있는데, 제가 뭐라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씨는 마지막까지 동료들을 구조하려고 힘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성호와 같은 선단선에 탔던 30대 선원 박 모 씨는 “이 씨가 필사적으로 선원 다수를 구조했고, 구조를 마친 뒤 제일 마지막으로 선단선에 올랐다”며 이 씨가 구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증언했다.
대책회의 등이 이뤄지는 대책본부는 11일부터 선원복지회관에서 제주도청으로 장소를 옮긴다.
제주/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