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동안 측정기?
김기태 태성형외과 원장, 동남권항노화의학회 이사
젊어 보이는 외모는 상당 부분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특정 MC1R과 같은 유전자는 피부 노화 속도를 조절한다. 피부의 노화 속도와 콜라겐 생성량, 피부 재생 능력의 차이로 주름은 적고, 피부 탄력성이 높을 수 있다. 젊은 얼굴 피부는 탄력이 있고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 피부 내 섬유들이 적절히 유지되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동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생활 습관이 더 중요하다. 채소, 과일, 건강한 지방 등이 풍부한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금연과 절주 등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다양한 피부 관리와 미용 시술 등을 통해서도 일정 부분 동안을 만들 수 있다. 레이저 시술, 필러, 보톡스 등의 간단한 시술부터 안면거상술, 지방이식술 등의 미용 성형 수술이 그러한 방법들이다.
그런데 동안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장비가 있을까? 얼굴의 피부와 모발의 상태 등을 계측하는 다양한 신체 측정기들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 피부 측정기, 모발 측정기, 안면 윤곽 시뮬레이터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일련의 장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피부 상태를 측정한다. 피부 측정기는 고화질의 카메라로 피부를 촬영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해서 피부 상태를 알아낸다. 피부의 색조, 갈색이나 검은색 점의 개수를 세고, 기미와 같은 색소 침착 부위의 면적을 계산한다.
장비에 따라서는 이런 다양한 수치들을 종합해 피부 나이를 계산하는데, 이때 실제 나이에 비해 피부 나이가 훨씬 젊게 나타나면 일단 ‘동안 피부’라고 할 수도 있겠다. 또한 두피와 모발의 상태를 측정하는 모발 측정기도 있는데 두피의 상태, 모발의 굵기와 빈도 등을 측정해 모발 나이를 측정하기도 한다.
나이가 드신 분들 중에 과도한 성형수술이나 시술 등을 통해 무언가 어색하게 보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분들도 과연 ‘동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성형외과 전문의로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우는 과도한 지방 이식이나 필러, 심지어 이물질 등을 얼굴 피부에 많이 넣거나, 지나치게 얼굴의 피부를 당겨서 어색하게 보이는 것이다.
얼굴은 표정을 짓고, 이야기를 하거나 식사를 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부위이다. 이런 부위를 과도한 이물질로 채우거나 당기면 결국 얼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을 때는 볼륨이 있고 피부가 탱탱해 보여 동안으로 보일 수 있지만, 표정을 짓거나 말을 하게 되면 어색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즉, 동안은 주름이 없고 탱탱한 볼살만 있다고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주름이 조금 있더라도 자연스러운 얼굴 표정이 유지되면서 피부와 얼굴형이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등 좀 더 복잡한 요소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적인 건강과 젊음이 근간이 되지 않으면 외적인 동안도 결코 오래 지속되지 못함을 꼭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