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스타링크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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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의심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에서 펼쳐졌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남부 보카치카 해변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스페이스X의 화성탐사선 스타십 시험비행 이야기다. 길이 71m 내부 직경 9m의 초대형 로켓이 우주를 향해 발사된 후 7분 만에 발사 지점으로 돌아와 거대한 젓가락 모양의 로봇팔에 살포시 안겼다. 기상천외한 방식을 생각하고 현실로 만든 일론 머스크와 엔지니어들은 “오늘은 엔지니어링 역사책에 기록될 날”이라며 감격했다. 이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발사체로 꼽히는 슈퍼헤비 로켓 회수에 성공함으로써 우주 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스페이스X는 2016년 슈퍼헤비보다 작은 로켓 ‘팰컨9’을 자체 역추진 방식으로 해상 무인선 위로 회수해 뉴스페이스 시대의 개막을 알린 바 있다. 우주개발은 로켓 발사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이 진입 장벽인데 발사체 재사용으로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상업적 우주개발이 본격화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인류가 달에도 가고 화성에도 가고 궁극적으로 여러 행성에서 살 수 있게 한다는 게 머스크의 목표다.

그런데 상업적 로켓 발사는 전 세계를 우주 인터넷망으로 연결하겠다는 머스크의 꿈을 먼저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름하여 스타링크 프로젝트다. 팰컨9을 이용해 500~1000㎞ 저궤도에 위성을 한 번에 수십 기씩 무더기 발사 중이다. 2019년부터 7000개를 쏘아 올려 지역별 서비스를 시작했고 4만 2000개까지 궤도에 올려 지구 전역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스타링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세계인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지상 통신망이 초토화했는데 위성통신을 제공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킨 것이다. 이를 계기로 현재 전 세계 가입자 수가 400만 명을 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법 개정 절차에 들어갔는데 내년 초면 서비스 요건을 갖춘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에겐 아직 보완적 성격이 강하지만 위성통신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 등 초연결 시대의 핵심적 인프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뉴스페이스 시대를 쫓아가기 위해 개청한 우주항공청이 출발부터 삐걱대는 우리의 모습이 씁쓸하게 오버랩된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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