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부산 금정구 보선 큰 표차 패배 이유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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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호재에도 국민의힘 후보에 당선 내줘
절대다수 의석 갖고서 부산 민심 외면한 탓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 스포원파크 금정체육공원에서 김경지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 스포원파크 금정체육공원에서 김경지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지 후보가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에게 패했다.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20%포인트가 넘는다. 역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지난 총선 때(13%포인트)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날 함께 치러진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선 졌지만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에서 각각 승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텃밭 수성’ 또는 ‘2 대 2 무승부’라는 평가를 스스로 내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 봤을 때, 이는 아전인수식 평가일 뿐이다. 양당의 대표까지 나서 명운을 걸고 격전을 벌인 금정구에서의 패배가 다른 2곳의 승리로 가려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였지만, 민주당은 이번 금정구청장 선거에 기초지자체장 선거로서는 이례적으로 총력전을 펼쳤다. 이재명 대표는 ‘정권 심판’ 프레임을 들고 네 번이나 금정구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사실상 총선을 방불케 할 정도의 당력을 기울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급락, 의정갈등 장기화, 연이어 터지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민주당 입장에서 호재가 잇따르는 상황이라 승리를 기대할 만도 했다. ‘여당의 안전지대’로 꼽히는 지역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측되는 등 판세도 민주당에 우호적으로 흐르는 듯했다. 선거 직전에는 민주당 김 후보가 국민의힘 윤 후보를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는 금정구 유권자 대다수가 민주당을 외면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갖가지 분석이 나온다. 지역에서 이 대표에 대한 호감도가 지나치게 낮아 중도표를 흡수하지 못했다거나, 전임 구청장의 재임 중 별세로 치러진 선거를 ‘혈세 낭비’라고 한 당 소속 의원의 실언이 악재가 됐다는 지적 따위가 그렇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부산시당은 선거 후 “금정구는 지난 여덟 번의 구청장 선거에서 일곱 번 보수 정당을 선택했을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라는 논평을 냈다. 지역감정에 빗대 자신들이 패한 책임을 변명한 것이다. 일리가 없는 건 아니나 그렇다고 온전한 분석들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보다 민주당은 그동안 부산에 진정이었는지 자문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주요 이슈였던 침례병원 공공병원화가 좋은 예다. 지난 7년여 동안 지역의 숙원이었는데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가 선거가 닥쳐서야 비로소 공약으로 들고 나온 민주당이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민주당은 지금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갖고서도 정부·여당의 저항에 막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겠는가. 지난 총선에서 부산의 민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난 뒤 민주당은 “한 발 더 민심에 다가서겠다”고 밝혔다. 식언에 그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산 시민에겐 특히 더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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