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하면 이미 창업가, 매년 6~7개 기업 탄생"… 스타트업 도시 전환 핵심 탐페레대 [도시 회복력, 세계서 배운다]
'프로아카테미아' 교육 핵심
지역과 탄탄한 네트워크 한몫
탐페레의 도시 경쟁력에서 탐페레 대학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역 대학이지만 핀란드 상위 5개 대학에 포함되는 탐페레대는 산나 마린 전 총리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탐페레가 ‘노키아 충격’을 극복하고, 스타트업 도시로의 전환을 이루는 데에도 대학의 역할은 핵심적이다. 탐페레 대학이 1999년 설립한 창업 교육 기관인 프로아카테미아(Proakatemia)의 교육 과정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프로아카테미아가 그야말로 ‘실전’ 창업 교육 기관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재학 기간 동안 모든 학생들이 실제 자신의 회사를 세워서 운영한다는 점이다. 라트비아 출신인 3학년 카트리나 시룰레 씨는 프로아카테미아 입학 이유에 대해 “프로그램 자체가 이론이 아닌 실천 지향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5학년제인 프로아카테미아는 매년 80~90명의 신입생을 뽑는데, 이들은 모두 회사 경영에 참여한다. 한 회사에는 13명의 학생이 참여하기 때문에 매년 6~7개의 스타트업이 실제 만들어지는 셈이다. 제품 기획, 펀딩, 마케팅 등 모든 회사 일을 맡아 회사를 키워낸다. 시룰레 씨가 동기들과 만든 홍보 회사 ‘신트레’의 경우, 2명은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5명은 마케팅을 담당하며, 2명은 카페를 운영해 회사 운영자금을 조달한다. 디자인 담당도 따로 있다. 이렇게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뒤 회사의 존속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졸업해서도 계속 운영해 나간다. 시룰레 씨는 “졸업 이후 회사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팀에서 결정하지 않았지만, 계속 이어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있다”고 말했다. 탐페레에서 입지를 굳힌 광고대행사인 ‘빌리비지오(Villivisio)’, 패션 회사 ‘미에라(Miela)’ 등은 이렇게 탄생한 회사들이다.
지역 기업들과의 탄탄한 네트워크도 학생들의 창업 의욕을 북돋운다. 입학 초기 선배 스타트업 기업가들은 창업 아이디어에 조언해 주고, 회사 운영 과정에서 부딪치는 실질적인 어려움들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멘토 역할을 수행한다. 장래가 밝다고 여기는 회사들에는 자금 지원도 한다. 또 프로아카테미아 재학생들은 지역 기업들의 운영 과정을 직접 체험한 뒤 해당 기업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졸업 논문으로 제출한다. 자연스럽게 해당 기업에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프로아카테미아의 티모 네발라이넨 지도교수는 “공업 도시인 탐페레가 헬싱키나 에스포에 비하면 스타트업을 하기 쉬운 도시는 아니지만 시, 대학,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캔 두(할 수 있다)’ 정신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문화가 우수하다는 게 장점”이라며 “실질적인 창업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바탕”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