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미니애폴리스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임윤찬
아트컨시어지 대표
서양의 교향악단 시즌은 대개 9월 중하순 시작해서 이듬해 6월에 막을 내린다. 지난 9월 말 미국 중북부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2024/2025 시즌 오프닝 콘서트가 있었다. 협연자가 대한민국의 임윤찬이었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이틀에 걸쳐서 공연된 시즌 개막 연주회는 일찌감치 매진되었다. 마침, 멕시코 여행을 마치고, 미국을 경유해서 귀국을 앞두고 있던 터라 조금 우회하지만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오케스트라 홀을 방문할 수 있었다.
대개 오케스트라 전용 홀은 영미권에서 콘서트홀이라고 부르거나 심포니 홀 또는 필하모닉 홀이라고 부르는데 특이하게도 미니애폴리스와 디트로이트의 경우는 오케스트라 홀이라고 부른다. 실제 공연장 명칭으로 쓰는 곳은 두 곳이 유일하다. 처음 방문하는 공연장이었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비교적 인근 도시인 시카고 심포니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위상에 비하면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는 미국 내에서도 메이저 관현악단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상주하는 오케스트라 홀을 마주하자,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객석 수가 2100여 석에 달하고, 1층 좌석 수만 1200석이었다. 공연장 내부는 음향학적인 이유로 로비와 1인치 간격으로 분리돼 진동과 소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했으며, 무대 뒷면에서 시작해서 천장으로 흐르는 대형 큐브는 오케스트라 홀의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였다. 2013년 리노베이션 당시 음향 개선을 위해 추가되었고, 실제로도 그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당시 약 4000만 달러(한화 약 542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미니애폴리스는 미시시피강을 끼고 발달한 미네소타주 최대 도시이지만, 도심 인구만 보면 40만 명이 조금 넘는 중소 도시이다. 하지만 인접 도시의 광역 인구까지 합하면 350만 명 가까이 된다니, 오케스트라 홀뿐 아니라 이 도시를 머무는 동안 방문한 주요 미술관의 규모와 대단했던 컬렉션이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광역 인구까지 따지면 부산과 맞먹는 규모이다.
상반기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국내 투어에 통영과 부천이 포함된 데 반해 부산이 빠졌던 이유에 콘서트홀의 유무가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부산도 곧 콘서트홀을 가지게 된다. 국내에서는 서울 두 곳과 성남, 고양, 대구, 통영, 인천, 부천에 이어 9번째이다. 평소 도시의 인구수와 문화적 퍼실리티가 비례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생각하면 한참 늦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제라도 콘서트홀 보유 도시가 된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기쁘며, 기대 또한 크다. 늦었던 만큼 개관 준비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