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추석 없었다… 찜통더위에 해수욕장 ‘북적’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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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최고 36도 폭염 지속
해수욕장·워터파크에 발길 몰려
성묘·가족 배웅 행렬 줄어들어
음식 보관에 아이스박스 동원도

추석 연휴 내내 최고 기온 30도를 훌쩍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추석 연휴 내내 최고 기온 30도를 훌쩍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역대급 무더위가 이번 추석 풍경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놨다. 9월 중순에 접어들었는데도 부산 각 해수욕장에는 때 아닌 피서객들이 몰렸고, 워터파크 등에도 어린이 동반 가족 이용객이 넘쳐났다. 성묘 행렬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으며, 부산역 등으로 귀경하는 가족을 배웅하는 발길도 여느 해와 달리 뜸한 모습이었다.

추석 당일인 지난 17일 오후 6시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는 피서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역대급 9월 폭염에 시민들이 해변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다대포해수욕장 인근 공영주차장에는 주차 대기 차량들이 300m 이상 줄을 섰다. 해변공원 주변으로는 캠핑의자, 돗자리를 깔고 더위를 쫓는 가족 단위 피서객이 진을 쳤다. 수영복 차림으로 파도에 몸을 적시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세족장이나 샤워실에도 대기줄이 생겼다. 마치 한여름 해수욕장 분위기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일몰 시간인 6시 28분이 넘어서자 인파는 더 몰려들었다. 다대포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넒고 길다 보니 상당수 시민들이 맨발 걷기를 즐기러 나오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곳은 해질녘 낙조와 추석 보름달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사람들이 더 몰린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 주민 박성자(61) 씨는 “육십 평생에 이렇게 무더운 추석은 처음”이라면서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어 가족들과 함께 바닷가에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또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다대포 주민 박성호(33) 씨도 “9월에는 바다에 올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추석이 아니라 ‘하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빈말이 아님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부산 해수욕장에 ‘9월 성수기’를 만든 것은 폭염이었다. 추석 당일인 17일 부산은 일부 지역의 경우 낮 최고 기온이 36도에 육박할 만큼 무더웠다. 18일도 낮 최고 기온이 33도로 폭염 경보가 발효되며 추석 연휴 내내 더위가 계속됐다.

이런 진풍경은 부산·경남 워터파크에서도 연출됐다. 18일 김해 장유 롯데워터파크에는 이른 시간부터 인파가 몰렸다.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 김 모 씨는 “연휴 기간에 아이와 갈 곳이 없어 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역 등에는 귀경을 배웅하려는 발걸음도 대폭 줄어드는 등 추석 무더위는 성묘나 가족 배웅 풍경도 바꿔 놨다. 더위 탓에 성묘 등 추석 일정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부산에서 선산이 있는 경북 상주시를 찾았다는 30대 정유석 씨는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조부모님을 모시고 성묘를 갔는데, 무더위에 탈이라도 날까 노심초사했다”며 “할아버지께서 어지럼증을 호소하셔서 성묘도 약식으로 끝내고 일정을 단축하고 휴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40대 회사원 이상민 씨는 “이번 추석은 워낙 더워 거실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온 가족이 한데 모여서 잤다”고 전했다.

명절 음식 등을 보관하기 어려워 애를 먹었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30대 주부 김보민 씨는 “웬만하면 밖에 내놓던 음식들도 모두 냉장고에 넣어야 해 냉장고가 터져나갈 지경이었다”며 “집에 있는 캠핑용 아이스박스까지 동원해 음식을 보관하느라 식구들이 애를 먹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결혼 후 첫 명절을 맞아 한복을 입으려다 포기했다는 30대 김희주 씨는 “앞으로 추석은 더위가 일상화될 것이란 얘기도 하던데 이제 추석에 반팔 한복을 입어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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