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수주 단 2%…한국 조선 한 달 만에 세계 2위로
중국 전 세계 물량 90% 쓸어 담아
3년치 일감 확보 한국 ‘선별 수주’
한국조선이 한 달 만에 세계 2위로 밀렸다. 8월 수주에서 전 세계 발주량의 90%를 쓸어 담은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미 넉넉한 일감을 확보한 한국 조선업계가 고부가 선종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387만 CGT(106척)다.
이 중 347만 CGT(95척, 90%)를 중국이 챙겼다. 한국은 8만 CGT(4척, 2%)에 그쳤다.
CGT(표준선환산톤수)는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다. LNG 운반선, LNG 연료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일수록 값이 크다.
주춤하던 발주 시장은 살아나는 모양새다. 8월만 놓고 보면 전월(237만 CGT, 59척) 대비 63%, 전년 동기(305만 CGT, 124척)와 비교해 27% 증가했다.
올해 누계치를 봐도 4207만 CGT(1454척)로 지난해 같은 기간(3231만 CGT, 1436척) 대비 30% 늘었다.
이를 한국과 중국이 각각 822만 CGT(181척, 20%), 2822만 CGT(1015척, 67%)로 양분했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각각 14%, 53% 증가한 수치다.
반면 남은 일감은 소폭 감소했다. 8월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월 대비 69만 CGT 줄어든 1억 4378만 CGT(5217척)다.
한국이 3902만 CGT(716척, 27%), 중국이 7715만 CGT(3067척, 54%)다. 전월 대비 한국은 5만 CGT 증가, 중국은 92만 CGT 감소다.
일찌감치 3년 치 일감을 확보한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 빅3은 작년 하반기부터 ‘양보다 질’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면서 수익성 높은 고부가 선종을 골라 수주하는 방식이다.
선박 가격 역시 꾸준히 우상향이다.
8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189.2다. 1년 전(173.55)에 비해 9%, 최근 5년 내 최저 선가를 기록했던 2020년 7월(126.72)과 비교하면 무려 48%나 급등했다.
특히 2020년 11월(125.06) 이후 44개월간 단 한 차례도 꺾임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게다가 한국 조선 주력 선종인 LNG 운반선은 척당 2억 6200만 달러, 지금 환율로 우리 돈 36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2020년 5월 1억 8600만 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3년 사이 30% 이상 올랐다.
또 다른 주력 선종인 2만 4000TEU급 대형컨테이너선과 초대형유조선 선가 역시 각각 2억 7300만 달러, 1억 2900만 달러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비한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수요 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