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청춘 성장의 밑거름…보름 만에 한 뼘 더 큰 아이들 [세상에이런여행] ㉗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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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서유럽 문명기행 (하) 런던에서 로마까지>

런던, 파리 세계적 관광명소 다양한 경험
스위스 인터라켄 기차에서 부모에게 편지

베니스 가면축제 분위기 들떠 연신 사진
피렌체 티본스테이크 뼈까지 먹을 기세

로마 음악원 오케스트라 공연 단연 압권
한국서 쉽지 않은 2시간 관람에 초집중

■런던, 파리의 일상적 여행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교수 특강을 들은 학생들은 남은 일정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이제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런던 시내를 돌아보는 일정은 일반적인 여행 코스와 다르지 않았다. 겨울철에는 이틀마다 한 번 진행하는 버킹엄궁전 근위병 교대식,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영국박물관, 의회민주주의 출발점 국회의사당 등이었다.

영국 런던 버킹엄궁전 인근에서 근위병 교대식이 열리고 있다. 손준호 준투어 대표 영국 런던 버킹엄궁전 인근에서 근위병 교대식이 열리고 있다. 손준호 준투어 대표

런던 시내 곳곳의 명소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영국 일정을 마무리한 뒤 유로스타를 타고 바다를 지하로 건너 프랑스 파리 북역에 도착했다. 화려한 왕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베르사유궁전은 아이들에게도 단연 인기가 높았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협약이 열린 ‘거울의 방’과 웅장한 정원을 둘러보면서 프랑스대혁명을 일으킨 민심을 읽지 못했던 왕실의 무능을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르 프로코프’도 방문했다. 1686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올해로 338년이나 된 곳이다. 장 자크 루소, 볼테르, 당통 등 당대의 지식인과 유명인이 단골로 드나들었다. 프랑스대혁명 주동자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나폴레옹 황제의 베레모다. 나폴레옹이 음식 값 대신 두고 갔다는 모자가 유리 액자에 담겨 보관돼 있다.

루브르박물관, 센강 유람선, 오르세미술관 등도 둘러보며 학생들은 파리가 왜 유럽의 중심도시인지 느낄 수 있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소매치기와 눈싸움하면서 긴장된 순간을 맞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르 프로코프’에 전시된 나폴레옹 모자. 손준호 준투어 대표. 프랑스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르 프로코프’에 전시된 나폴레옹 모자. 손준호 준투어 대표.

파리에 이어 진행된 스위스 일정은 축복이었다. 융프라우로 대표되는 알프스 고봉은 눈의 천국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스위스는 언제나 여행자에게는 천국이다. 호텔보다 더 시설이 좋고, 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터라켄 유스호스텔에서 자유로운 2박 3일을 보냈다. 학생들은 “꿈같은 일정”이라고 탄성을 터뜨렸다.

기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호수와 하늘, 산맥이 맞닿아 있는 풍경을 보고 입을 다물 줄 몰랐다. 학생들은 기차에서 부모에게 엽서를 썼다. 장난기가 가득하던 학생들의 눈에 진지한 기색이 역력하다. 우체국에서 우표를 사서 유스호스텔 직원에게 맡기면 집배원에게 전달해 준단다.

학생들이 스위스 기차 안에서 부모에게 보내는 엽서를 쓰고 있다. 손준호 준투어 대표 학생들이 스위스 기차 안에서 부모에게 보내는 엽서를 쓰고 있다. 손준호 준투어 대표

■베니스의 가면 축제

아침 일찍 기차를 여러 번 갈아타고 이탈리아 베니스에 도착했다. 마침 2월 둘째 주에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인 까르네발레 가면 축제가 한창이었다. 형형색색 화려한 망토와 가면을 쓴 사람들이 산마르코광장을 누볐다. 학생들은 축제 분위기에 들떠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중세에 전쟁이 너무 잦아 죽는 남자가 폭증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는 귀족과 평민이 결혼할 수 없는 구조였다. 베네치아 정부는 인구를 늘려야 했기에 궁여지책으로 일주일간 가면축제를 열어 남녀가 신분에 관계없이 만남을 갖도록 했다. 결과는 수많은 사생아. 그 아이들 중에서 소녀들에게만 음악과 악기 교육을 실시했던 사람이 안토니오 비발디다.

학생들이 피렌체의 한 식당에서 티본스테이크를 기다리고 있다. 손준호 준투어 대표 학생들이 피렌체의 한 식당에서 티본스테이크를 기다리고 있다. 손준호 준투어 대표

베니스에 이어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로 건너갔다. 피렌체 중앙역 로커에 짐을 맡기고, 곧바로 기차를 타고 피사에 다녀오기로 했다. 피사의 사탑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관광지가 아닐까 싶다. 다시 한 번 중세 천동설과 만유인력으로 이야기를 꽃피운다.

피렌체 하면 티본스테이크다. 한국인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식당에서 여학생들은 4명당 1kg, 남학생들은 2명당 1kg에 파스타, 샐러드를 곁들여서 만찬을 즐겼다. 모두 하나도 남김없이 뼈까지 삼켜버릴 기세였다.

한 학생이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을 바로세우는 자세로 사진을 찍고 있다. 손준호 준투어 대표 한 학생이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을 바로세우는 자세로 사진을 찍고 있다. 손준호 준투어 대표

■로마의 음악 공연

어느덧 마지막 일정인 로마의 3박 4일이 다가왔다. 고대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살펴보고 바티칸박물관, 교황청을 둘러보는 것도 중요한 일정이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산타체칠리아음악원 오케스트라 공연이 압권이었다.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모교이기도 한 곳이다.

학생들이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손준호 준투어 대표 학생들이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손준호 준투어 대표

다행히 우리 일정 기간 중에 공연 프로그램이 있어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했다. 클로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과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5번으로 짜인 레퍼토리였다. 2시간 공연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학생들도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경험을 하면서 의외로 졸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한 학생은 “오케스트라가 주는 음악을 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감상평을 붙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음악원에서 열린 오케스트라 공연. 손준호 준투어 대표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음악원에서 열린 오케스트라 공연. 손준호 준투어 대표

여행 마지막 날 밤 호텔방에서 서로 소감을 나눴다. 다들 더 성장한 진지한 얼굴이었다. 역시 ‘아이들은 가만히 두면 잘하는데, 부모의 과도한 간섭이 반발심을 주는 건 아닐까'라는 짧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삶이니 스스로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내년 2월에 출발하는 팀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된다. 손준호 준투어 대표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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