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 사량도 병원선 계속 운영된다
총리실 “협의 통해 중단 방침 철회”
속보=보건지소 인근에 문을 연 작은 약국 하나 때문에 전면 중단 위기에 처했던 경남 통영시 사량도 병원선(부산일보 8월 2일 자 12면 보도)이 계속 운영된다. 섬 주민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총리실이 나서 해법을 찾았다.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관계자는 5일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병원선 운영 주체인 경남도 그리고 관할 지자체인 통영시와 협의를 통해 사량면 11개 섬마을에 대한 병원선 순회 진료를 중단 없이 계속하기로 했다”면서 “민생을 최우선으로 섬 주민에게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의약분업 예외지역 지정 등에 관한 규정’에 대한 복지부 유권해석과 지자체장 재량권을 토대로 사량면을 예외지역으로 다시 지정해 논란 소지를 없애는 방식이다. 보건복지부령인 해당 규정은 의료 환경이 열악해 의료기관과 약국을 함께 이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이 예외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장 의지에 따라 예외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경남도는 다음 달로 예고했던 병원선 운영 중단 방침을 철회하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조만간 통영시가 재지정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예외지역으로)지정만 되면 종전대로 병원선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은 지난 2000년 관련 제도 시행 이후에도 약사가 의사 처방전 없이도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도록 허가한 곳이다.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없는 섬이나 의료기관과 약국 간 실거리가 1km 이상 떨어진 경우, 지정된다. 덕분에 사량도 주민들은 그간 보건지소나 병원선에서 진료와 약 조제를 동시에 받았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진료비와 약제비도 면제됐다.
그런데 지난 2월 보건지소 500m 인근에 약국이 개업하면서 병원선으로 불통이 튀었다. 통영시가 관련 규정을 근거로 예외 지역 지정을 취소하자 도는 병원선 순회 진료 중단을 예고했다. 병원선이 가더라도 약 조제는 물론 처방전도 줄 수 없게 돼 사실상 병원선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유다.
경남도 병원선은 1973년 ‘보건 1호’ 취항 이후 50년간 의료취약 도서 지역을 돌며 섬 주민 건강지킴이 역할을 해 왔다. 2003년 7월엔 두 번째 병원선 ‘경남 511호’가 바통을 잇고 있다. 511호엔 공중보건의사 4명에 간호사 3명 등 직원 15명이 승선해 내과, 치과, 한의과를 본다.
현재 통영·창원·사천·거제·고성·남해·하동 등 도내 7개 시군, 51개 섬마을 주민 3000여 명을 대상으로 매월 1회 정기순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년엔 165일간 9516km를 운항하며 내과 4만 5146명, 치과 1만 1819명, 한의과 2403명 등 연인원 13만 6146명을 진료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사량도 등 통영 관내 섬 주민이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인 데다, 가뜩이나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섬 생활에 병원선은 없어선 안 될 필수 의료서비스다. 실제 사량면은 6월 말 기준 전체 인구 1359명 중 절반이 넘는 694명이 65세 이상이다. 마을버스 배차 간격도 2시간이라, 면 소재지 외곽에 사는 주민이 보건지소에 다녀오려면 최소 4시간이 걸린다. 특히 수우도는 접근성이 더 떨어져 병원에 가려면 사천이나 진주까지 원정을 떠나야 해 병원선 의존도가 높았다. 이 때문에 이번 병원선 중단 예고를 두고 열악한 섬마을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문제 공론화에 앞장섰던 통영시의회 김혜경 의원은 “비록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섬마을 주민에겐 병원선이 자식만큼 반갑고 힘이 되는 존재”라며 “주민 불편이 없도록 시의회에서도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