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만리장성 넘었다…7월 수주서 ‘세계 1위’ 탈환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작년 3월 이후 1년 5개월만
고부가 선별 수주 전략 주효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부산일보DB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부산일보DB

한국 조선이 ‘세계 1위’ 탈환에 성공했다. 7월 수주에서 전 세계 발주량의 절반가량을 쓸어 담으며 중국을 멀찍이 제쳤다. 한국이 월간 수주량에서 중국을 앞선 건 작년 3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고부가 선종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이 중국의 물량 공세를 이겨냈다는 평가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37만 CGT(59척)다. 이 중 96만 CGT(18척, 40%)를 한국이 가져왔다. 중국은 57만 CGT(30척, 24%), 일본은 8만 CGT(3척, 4%)다.

CGT(표준선환산톤수)는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다. 한국 조선 주력 선종인 LNG 운반선, LNG 연료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일수록 값이 크다. 업계에선 이를 시장 점유율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중국이 2배 가까이 많은 물량을 수주하고도 정작 점유율에선 뒤진 이유다.

일찌감치 3년 치 일감을 확보한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 빅3은 작년 하반기부터 ‘양보다 질’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면서 수익성 높은 고부가 선종을 골라 수주하는 방식이다. 2월 물량만 놓고 보면 한국은 척당 5.3만 CGT, 중국은 1.9만 CGT로 한국이 2.7배 높다. 선별 수주 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더디지만 발주 시장도 살아나는 모양새다. 올해 누계 발주량은 3559만 CGT(1234척)로 전년 동기 2916만 CGT(1302척) 대비 22% 증가했다. 한국과 중국이 각각 811만 CGT(176척, 23%), 2254만CGT(823척, 63%)로 양분했다.

남은 일감도 넉넉하다. 7월 기준 7월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월 대비 534만CGT 증가한 1억 4165만 CGT(5171척)다. 한국은 3893만 CGT(715척, 27%), 중국은 7552만 CGT(2999척, 53%)다. 전월과 비교하면 한국은 69만 CGT, 중국은 495만 CGT 늘어난 수치다. 일본 잔량은 1330만 CGT(679척, 9%)다.

전망도 밝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인한 LNG 수급 불안이 세계적인 LNG 증산 추세로 이어지고 있어 LNG 운반선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클락슨리서치는 2030년 LNG 예상 물동량을 애초 5.8억t에서 6.3억t으로 상향했다. 이를 토대로 오는 2032년까지 연평균 60척의 LNG 운반선 발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박 가격 역시 꾸준히 우상향이다. 7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187.98다. 1년 전(172.37)에 비해 9%, 최근 5년 내 최저 선가를 기록했던 2020년 7월(126.72)과 비교하면 무려 48%나 급등했다. 특히 2020년 11월(125.06) 이후 44개월간 단 한 차례도 꺾임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게다가 LNG 운반선은 척당 2억 6250만 달러, 지금 환율로 우리 돈 36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2020년 5월 1억 8600만 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3년 사이 30% 이상 올랐다. 또 다른 주력 선종인 2만 4000TEU급 대형컨테이너선과 초대형유조선 선가 역시 각각 2억 7200만 달러, 1억 2900만 달러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비한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수요 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