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죽을 맛인데”… 건설업계 “날씨까지 안 도와주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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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고통
벼랑 끝에 몰린 지역 건설업계
폭우·폭염까지 더해져 4중고
폭염에 건설현장 작업중단 예사
중처법 대상 열사병 사고 긴장
농업보다 기후변화 피해 더 커

지난달 집중 호우 이후 폭염이 지속되면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에 시달리던 지역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집중 호우 이후 폭염이 지속되면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에 시달리던 지역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의 한 재개발 사업지 공사 현장은 지난달 말부터 매일 오후 2~3시 작업을 중단한다. 숨조차 내쉬기 힘든 찜통 더위로부터 현장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휴게실이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지시한다.

건설 현장에서도 근로자들의 안전을 두말할 것 없이 1순위로 두지만, 폭염이 길어질수록 건설업체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해당 건설업체 관계자는 “그렇다고 출근이나 퇴근 시간을 조절해 노동력을 보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지난달 집중호우 때도 작업을 못 했는데, 폭염까지 덮쳐 공정이 지체되면서 비용 측면에서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로 벼랑 끝에 내몰린 지역 건설업계가 폭우나 폭염 등 이상 기후로 ‘사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이상 기후로 인한 여름철 폭우나 폭염은 앞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은 이상 기후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업종이며, 위도상 남쪽에 위치한 부산이나 경남 지역에 영향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매일 전국의 건설 현장 안전관리자들에게 지역별 폭염 위험수준 분포 현황과 위험수준별 대응 요령을 발송한다.

33도 이상의 체감온도가 이틀 이상 지속되면 매시간 10분씩 그늘에서 휴식하도록 권고한다. 35도 이상 체감온도가 이틀 이상 지속되면 매시간 15분씩 그늘에서 휴식하고 무더위 시간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옥외 작업을 중지하도록 권장한다.

올해 부산에서는 전국 첫 열사병 사망자가 공사 현장에서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60대 건설 근로자 A 씨는 연제구 연산동의 한 근린생활시설 공사장에서 작업을 하다가 열사병 증세로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이에 부산시는 부산 전역의 공사 현장에 점검팀을 보내 온열 질환 관련 권고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하고 있다.

권고 사항이지만 업계가 느끼는 부담감의 무게는 다르다. 지역 건설사의 한 임원은 “열사병 등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건 사고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극도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비용은 늘어나고 기간은 늘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업계 입장에선 폭염만큼이나 폭우도 큰 리스크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소장은 “토공 공사나 지하 터파기 공사 같은 경우 집중호우가 내리면 비 올 때는 물론이고 흙에 묻은 물기가 완전히 마르기 전까지 공정 진행이 어렵다”며 “원자잿값과 인건비는 계속해서 오르는데, 이상 기후 역시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지역의 연간 총 강수량이 1000mm 증가하면 성장률은 2.54% 떨어진다. 장기 추정 영향을 산업별로 분석하면 농업이나 제조업보다 건설업이 -9.84%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조업 중단이나 원자재 수급 차질 등 기상 여건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제주(-3.35%)와 경남(-2.39%) 등 위도상 남쪽일수록, 또 단위 면적당 도시화나 산업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전(-1.54%), 부산(-1.31%) 등이 기후 변화에 따른 누적 피해를 더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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