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차 중동전 위기 고조, 경제 리스크 철저히 대비하라
경기침체 우려도 확산 세계 증시 충격
대내외 악재 돌파 초당적 협력 나서야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중동발 리스크가 다시 부각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주말 국내외 주식시장도 충격에 빠졌다. 2일 국내 증시의 코스피지수는 3.65% 급락한 2676.19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4.2% 폭락한 779.33으로 단숨에 800선이 무너졌다. 전날 미국 제조업과 고용 지표 악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한 여파다. 이란 수도 한 복판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 지도자가 암살돼 중동전쟁 우려가 제기된 것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2일(현지시간) 마감한 뉴욕증시 3대 지수도 이틀째 큰 폭으로 하락해 이번 주 국내 증시도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46.8로 시장 기대치(48.8)를 하회했다. 특히 ISM 제조업 PMI 하위 지수인 고용지수는 43.4로 전월 대비 5.9포인트 급락해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면서 인공지능(AI) 산업 수익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국내 시장에 악재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의 미국 빅테크 기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지난주 국내 증시 마감 후 발표된 미국 노동부 발표 7월 실업률도 4.3%로 시장 예상(4.1%)을 크게 웃돌아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 정세 불안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는 대외 악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란 테헤란에서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하면서 중동이 일촉즉발 위기다. 이란이 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5차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미국 국방부가 중동에 군함과 전투기를 추가로 배치하고 자국 국민에게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을 떠날 것을 촉구하는 등 전운이 높다. 중동전쟁은 국제유가와 운송로 봉쇄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다.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는 ‘R(Recession)의 공포’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5차 중동전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있지만 우리 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세계은행은 최근 성장 정체에 빠지는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고소득 국가로 도약한 모범 사례로 한국을 꼽았다. 그러나 대내외 악재에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언제 다시 ‘중진국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와 국회는 정쟁으로 날을 새고 있다. 세계 경제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지원법, AI 기본법, 각종 개혁 입법은 정쟁에 밀려 여전히 뒷전이다. 내우외환을 돌파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비상시국인데 국민들만 속이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