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부산 찾아 미 항공모함 승선 "한미동맹 상징"
"한미 정상 '워싱턴선언' 이행조치…미국 철통 방위공약 상징"
북·러 군사동맹 복원 등 한반도 상황 급변 따라 안보행보 나서
1974년 박정희,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 이어 세 번째 승선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호에 승선해 한미동맹 의지를 강조하면서 두 나라 장병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루즈벨트 항모 방한은 지난해 4월, 저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채택한 '워싱턴선언'의 이행 조치"라면서 "강력한 확장억제를 포함한 미국의 철통같은 대한 방위공약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미국 항모 승선은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6·25 전쟁 제74주년 기념식과 참전 유공자 위로연에 참석한 뒤 곧바로 부산으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이 한창이던 지난 4월 5월 부산에서 식목일 행사와 사전투표를 한데 이어 80여일 만에 부산을 다시 찾은 것이다.
윤 대통령의 항모 승선은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19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해 군사동맹을 사실상 복원하는 등 한반도 주변 안보상황이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6·25 전쟁 제74주년 기념식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조약을 체결하며 군사동맹을 복원한 데 대해 처음으로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역대 대통령들은 5·10년을 단위로 6·25 기념행사에 참석해왔는데, 윤 대통령은 최근 엄중한 안보 상황을 감안해 이날 부산과 대구 일정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루즈벨트함에 승선하자, 대통령의 승함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임무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의 옷을 입은 영송병의 구령과 함께 300여 명의 한미 장병들이 큰 소리로 환영했다. 윤 대통령은 군 주요 직위자와 함께 항공기 이동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행 갑판으로 이동한 뒤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제9항모강습단장으로부터 항모의 주력 전투기인 F/A-18 등 함재기들과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필요한 각종 장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F/A-18은 영화 '탑건 매버릭'에 등장한 전투기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격납고로 이동해 한미 장병들을 격려하면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공언하며 한반도와 역내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우리의 동맹은 그 어떠한 적도 물리쳐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루즈벨트함이 내일 한미일 3국 최초의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에 참가하기 위해 출항한다"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3국의 협력은, 한미동맹과 함께 또 하나의 강력한 억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격려사를 마친 윤 대통령은 한미 장병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등을 두드려 주며 격려했고, 한미 장병들은 대통령이 격납고를 떠날 때까지 환호성을 보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이 승선한 루즈벨트함이 국내 입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루즈벨트함은 니미츠급으로 길이 332.8m, 폭 76.8m 규모이며, 비행갑판 면적은 축구장의 약 3배다. 특히 FA-18(슈퍼호넷), F-35C 전투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MH-60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90여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으며, 승조원도 6000여 명에 달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에도 부산에 기항한 미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에 승함했다. 미국 전략핵잠수함에 다른 나라 국가 원수가 승함한 것은 우방국을 통틀어서도 처음이어서 주목받았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