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금투세 폐지 가닥, 국내 증시 급등
금융 투자 소득에 세금 부과 핵심
4일 이재명 대표 “폐지 동의” 밝혀
발언 후 코스피·코스닥 상승 마감
폐지 시 국내 증시 불확실성 해소
증시의 ‘뜨거운 감자’인 금융투자세(금투세)가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 금투세 시행이나 최소 유예를 주장하던 야당이 폐지로 입장을 전격 선회하면서 이달 중 국회는 폐지 절차에 돌입한다. 야당 대표가 폐지 입장을 밝힌 뒤 4일 국내 증시는 3% 이상 급등했다.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며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강행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 주식 시장이 너무 어렵다”고 밝혔다. 기존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거나 기존대로 시행하는 안에서 입장을 전격적으로 변경한 것이다.
금투세 관련 논란은 올 초부터 국내 증시의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등 금융 투자에서 발생한 소득 중 5000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22%에서 27.5%의 세율로 세금 부과를 핵심으로 한다. 금투세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 소득세법은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폐지와 유예를 두고 관련 논의가 첨예하게 이어져 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월 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자, 야당에서는 애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발표한 세제 개편안을 근거로 금투세 시행을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침체한 주식 시장 때문에라도 금투세를 1년 더 유예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다수 의견은 아니었다. 민주당에서는 금투세 대상자가 국내 투자자 중 1%밖에 되지 않고, 세금을 내는 기준액도 5000만 원부터이기 때문에 괜한 공포심을 조장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고액 투자자의 비중이 상당하고 이 금액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한국 자본시장이 고스란히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주장, 금투세가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인, 법인세를 내는 기관 등은 적용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개미들만 피해를 보는 세제라는 반박도 제기됐다.
팽팽한 대립 속에 해법을 찾지 못할 것 같던 금투세는 10월 들어 코스피 지수 2500선까지 밀리는 등 자본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침체하자 금투세를 원안대로 시행하면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연초부터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강력히 추진해 온 밸류업 방안도 힘을 내지 못한 점도 폐지론을 키웠다. 이에 야당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공감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의 금투세 폐지 발언 이후 이날 코스피는 1.83% 상승한 2588.97에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별로는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3417억 원, 284억 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3838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준 종목별로는 KB금융(-1.2%)을 제외하고 모든 종목이 상승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1만 1800원(6.48%) 상승한 19만 4000원으로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400원(0.69%) 오른 5만 8700원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3.43% 치솟은 754.08에 장을 마쳤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298억 원, 2071억 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5408억 원을 순매도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금투세 때문에 ‘투자이민’을 간다고 할 정도로 해외 증시로 자금이 유출됐다”며 “이번 금투세 폐지 결정은 국내 증시에 불확실성 해소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