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준동맹 수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관측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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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18일 방북 당일 기고문
상호 대등한 위치 협력 시사
북한 이제 정상 국가로 인정
24년 만에 양국 관계 격상
자동 군사 개입 조항 없을 듯

18일 북한 평양국제공항에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타스연합뉴스 18일 북한 평양국제공항에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 당일인 18일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체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러가 19일 열릴 예정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이날 북한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등 서방의 ‘비합법적 제한 조치’(제재)를 비판하면서 “쌍무적 협조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올려 세우게 될 것”이라며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를 건설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러가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준동맹에 가까운 밀착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보좌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18∼19일 방북 일정을 발표하면서 “문서 작업이 진행 중인데,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국가 간 파트너십에 붙이는 명칭의 하나다. 국가별로 즐겨 붙이는 표현이 다르고, 국가 관계에 위계를 세울 우려가 있어 한국을 포함한 각국은 대개 이런 표현에 있어 명시적 순위를 매기지는 않는다. 다만, 일반적으로 동반자 관계→포괄적 동반자 관계→전략적 동반자 관계→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포괄적 전략 동맹관계 순으로 파트너십의 강도가 세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한국이 중국과 관계를 맺을 때 ‘우호협력 관계’(1992년)→‘21세기를 향한 협력 동반자 관계’(1998년)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2003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2008년)의 단계를 밟았다. 한국과 미국은 가장 강한 ‘포괄적 전략적 동맹 관계’다.

러시아의 대외 관계 수준은 크게 선린우호 관계→협력 관계→전략적 동반자 관계→전략 동맹으로 나뉜다. 북러는 2000년 2월 ‘친선 및 선린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24년 만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관계가 크게 격상되는 것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담긴 조치”라고 평가한다. 여기에서 ‘동반자’는 상호 대등한 위치에서 우호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미를, ‘전략적’은 개별 사안을 넘어 장기적, 큰 틀의 협력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따라서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는다면 장기적으로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러시아는 그 동안 북한을 조약을 통해 맺어진 특수한 양자 관계로 봤는데, 이제는 정상 국가로 인정하고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용어로 관계를 규정한다는 의미도 있다.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로는 베트남, 이집트, 몽골, 남아공 등이 있다. 중국과는 ‘신시대 전면적·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모두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표현을 핵심에 뒀지만, 어떤 수식어가 붙느냐에 따라 미세하게 관계 설정을 달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는 한국과는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었는데, 북한에 대해선 ‘포괄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는 점에서 북러 관계가 한러 관계보다 협력 수위가 높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을 일반적 외교 관계의 틀 속에 포함시키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과거 폐기됐던 러시아의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북한을 일반적 외교 관계의 틀 속에 포함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엔 아니지만 추후 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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