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생 이모작, 퇴직 전 미리 설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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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수 부경전기학원 원장 경성대 링크3.0사업단 객원교수
은퇴 생활자 수입 없어 궁핍할 우려
노년층 일자리 적어 취업 쉽지 않아

5월 들어 직업박람회 개최 잇따라

직장 다닐 때 제2의 삶 계획 세워야
눈높이 낮추고 봉사에도 관심 필요

최근 열린 한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안내판을 유심히 보고 있다. 부산일보DB 최근 열린 한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안내판을 유심히 보고 있다. 부산일보DB

매년 봄 공기업 등에서 퇴직하는 사람이 많다. 제2의 삶에 대한 준비 없이 맞이한 퇴직은 막막하기 마련이다. 노년층 일자리가 태부족한 현실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이 때문에 두려움을 잊기 위해 산이나 공원을 찾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순간이 잠시 동안은 휴식과 행복이 될 수 있으나 그 기간이 길어지면 무기력과 체념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우리 주변에서는 은퇴 후 인생 이모작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바리스타, 영어통역사, 숲해설사, 박물관 해설사, 택배기사 등 활동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생 이모작을 설계했거나 하던 일을 퇴직 후에도 살릴 수 있는 준비를 틈틈이 했다고 한다. 30년 이상 가졌던 직업을 뒤로 한 채 갑자기 새로운 일거리를 갖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한국전력공사 지사장으로 퇴사할 때까지 인생 이모작 준비를 착실히 한 경우다. 여러 종류의 자격증을 땄으며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도 취득하였다. 이에 힘입어 동의과학대 전기공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두 번째 인생을 살다가 퇴직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의 자격증 시험과 교수 채용에서 여러 번 탈락한 적도 있다. 그러나 “열심히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도전을 계속한 끝에 전기기능사와 전기산업기사를 양성하는 전기학원을 운영하고 경성대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보람된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는 돈이 개인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은 퇴직 후 수입이 급감하면 지인과의 만남을 줄이고 각종 모임에 빠지기도 한다. 은퇴자들의 사회생활을 ‘용돈’이 좌우할 정도다. 퇴직 후 수입이 없어 곧바로 궁핍한 생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 해법은 인생 제2막의 설계를 미리 잘하는 데 있다고 본다. 필자의 학원을 찾은 퇴직자들을 상대로 상담한 결과, 회사 다닐 때 노후의 삶을 고민하며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럴 경우에도 “지금도 늦지 않았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생각의 전환이 요구된다.

사람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도전하고자 하는 목표에 집착해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장애물을 피하려고 노력을 하면서도 100세 시대의 미래 설계는 신경도 안 쓰고 산다. 이러다가 막연한 상태로 정년퇴직을 한 뒤에야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애쓴다. 지금은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 퇴직자가 많은 까닭에 노년층은 단순한 일자리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인생 이모작 설계를 위해서는 젊은 날 자신이 가장 잘했던 장점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좋겠다. 또 취업을 위해 눈높이를 낮추거나 지금까지 국가와 회사로부터 받은 혜택에 감사해 앞으로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국내 제조업과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력난에 시달리며 전문기술 자격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 퇴직자나 퇴직을 앞둔 사람이 민간 전문기술 자격증 또는 국가기술 자격증 취득에 도전할 것을 권한다. 기업들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강화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 자격증을 소유한 기술자를 확보해 안전사고를 줄이고자 한다. 앞으로 이 분야에서 취업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나 명심할 것은 기회는 준비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점이다. 정년퇴직을 전후한 시기에 수입이 줄고 몸이 쇠약해지면 만나는 사람도 줄어들어 생활이 소극적이고 위축되기 일쑤다. 이럴 때 가족이나 지인과의 대화 단절은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치매를 유발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미리미리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장점을 찾아야 한다. 직업의 적성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평소 취업·채용 박람회를 자주 찾아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야 할 것이다.

내년에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노후생활 자금을 각종 연금에만 의지한다면 나이가 더 들수록 힘들고 고립된 생활이 예상된다. 실업수당을 받는 동안 인생 이모작을 위한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는 건 연금을 배로 늘리는 길일 수 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직업박람회가 열리는 계절 5월이다. 노후의 자신에게 맞는 새 직업을 찾는 기회를 만들며 건강도 잘 챙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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