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성이야기] 성(性)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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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성을 사전에 있는 대로 그저 ‘암수의 생리적 차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그것은 신앙일 수도 있고 오락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범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 행동을 결정하는 요소는 가치와 욕구 그리고 능력인데, 그 중에서도 가치가 으뜸의 역할을 한다. 그 사람이 성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성에 대한 태도가 어떤가, 그리고 거기서 무엇을 추구하려고 하는가 하는 것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런 가치는 그가 속해있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기가 어렵다. 춘향의 정조에 대한 생각이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그것과 크게 다른 이유는 그것이 자기의 성이지만 사회·문화·종교·도덕·윤리·법률·정치 등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성은 인격이다. 어려서부터 이성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성이며, 따라서 호의적인 남녀 간 제 삼의 언어가 되며, 둘 사이의 가장 좋은 사교 방법이 된다. 그러면서 인간은 그 속에서 서로 간의 신뢰를 쌓고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이래저래 섹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뇌다. 뇌야말로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성감대인데, 이는 인간에 있어서의 모든 성적 행위가 환상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스 한번 못 했던 연인을 평생토록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수없이 많다. 아름다운 일이다. 어차피 우리가 죽어서도 가져 갈 것은 추억 뿐일 터이니 소중하게 간직하시기 바란다.

또 성은 남녀의 성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모든 사고와 행동이다. 그리고 성 표현은 이성을 생각하고, 보고, 보여주고, 만져보고, 만지게 하는 등 어떤 형태에 의해서든 성적 긴장을 해소하고 이에 따른 만족을 얻으려는 기초적 행위이다. 따라서 성은 적어도 인간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행동과학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우리의 성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수없이 많다. 전통문화를 배경으로 하여 형성된 그 사람의 성적, 성외적 자존감, 가치관 등 한둘이 아니다. 일일이 따지고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성적 쾌락이 육체적인 조건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자가 분만을 하면 성기가 망가져 성적 능력이 떨어진다든지, 후에 요실금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차라리 제왕절개 분만을 해야겠다는 사고같은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진리는 자연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옳다고 또는 그르다고 생각하는 성 관련 지식 나아가 성문화는 아마 백 년쯤 후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문화가 별건가? ‘자연을 이용하여 인류의 이상을 실현시켜 나아가는 정신활동’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그저 어떤 시대에 어떤 집단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짓’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즈음 젊은이들을 보면 세대차를 뛰어넘어 딴 민족을 보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너무 어른들의 잣대로 그들을 묶어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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