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주공원에 대형 '항쟁도' 건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층로비 벽면 가로10m크기 제작

민주공원에 들어설 민주항쟁도의 밑그림.

부산민주공원 1층 로비 한쪽 벽면.6월,그날이 오면 그곳에 민주항쟁의 지난한 역사와 대동세상의 꿈을 담은 파노라마가 펼쳐진다.이름하여 민주항쟁도(가제). 참 세상을 향한 열망과 투쟁을 그림으로 풀어낸 대형 역사화가 조성되는 것이다.

추진 주체는 박종철 기념사업회(이사장 김승훈 신부)와 부산아트갤러리(대표 이갑상). 두 곳이 항쟁도 제작에 나선 것은 민주공원에 민주화운동의 상징물을 조성함으로써 민주항쟁의 정신을 오늘에 되새기고 내일에 이어가기 위해서다.

항쟁도 제작과 관련,민주공원 개관을 전후해 그 필요성이 제기됐다.그러나 예산부족에 밀려 실현되지 못하다 지난해 6월부터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두 단체는 민주공원과의 협의를 거쳐 지난해 9월 사업계획을 확정짓는 한편 국내에서 작품활동을 펴고 있던 재중동포(조선족) 화가 이철호(옌볜대 교수)에게 작품제작을 의뢰했다.

부산작가나 민족미술인을 고집하지 않은 까닭은 그가 90년대 이후 민족수난사의 형상화에 관심을 쏟아온데다 민주항쟁과 한국적 정서를 비교적 담담하게 풀어낼 수 있고,세계 정의.평화 국제미술대전 동상 등을 수상하는 등 탄탄한 묘사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민족사를 기록화로 남기는 데 작가적 책무를 느껴온 그가 이번 민주항쟁도 제작에 남다른 의욕을 내비쳤던 것도 한몫했다.

최근 30호 크기의 밑그림을 1차로 완성한 그는 민주화운동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다음달까지 수정 보완을 거듭할 예정.2월까지 밑작업을 마무리짓고 3월부터 본격 제작에 착수,6월항쟁 기념일인 6월10일 일반에게 선보이게 된다.

항쟁도는 세로 3.3m 가로 10m,회화호수로 치면 1천500호 크기.세 부분으로 나눠 제작한 뒤 벽면에 연결하는 형식을 취한다.담길 내용은 일제강점기 항일투쟁에서부터 4.19와 부마항쟁,5.18과 6월항쟁을 거쳐 오늘의 통일운동,내일을 향한 꿈에 이르기까지.

화면 아래는 어제,가운데는 오늘,위는 내일의 한국을 담을 예정이다.아래쪽에는 민중들의 모습을 파도로 형상화하고 위쪽에는 거대한 태양을 배경으로 원혼을 달래는 춤사위와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환한 빛이 내리는 모습을 담는다는 구상.

그림에는 민주화운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사건들이 나온다.어제 오늘의 시위장면을 위시해 4.19 당시 김주열의 죽음,미 문화원방화사건,5.18항쟁,고 박종철의 어머니와 누나가 타종하는 모습,피흘리는 이한열,민주열사 장례행렬,6월항쟁기의 부산가톨릭센터 농성장면과 울산 현대중공업 골리앗투쟁,노동자 농민의 항쟁,임수경의 방북 등도 담긴다.

그렇다고 단순한 사건의 나열에 머무는 건 아니다.항쟁의 역사를 이야기하되 구호에 머무르지 않는,참 세상을 가꾸고 지키는 민중들의 건강한 삶을 희망의 이미지와 버무려낼 계획이다.항쟁도는 두 곳이 4천500여만원을 들여 제작한 뒤 민주공원에 기증하게 된다. 박영경기자 river@pusanilbo.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 강원일보
    • 경남신문
    • 경인일보
    • 광주일보
    • 대전일보
    • 매일신문
    • 전북일보
    • 제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