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어 홍해마저 봉쇄되면 세계 원유 25% 타격
후티 봉쇄 경고 직후 6척 회항
봉쇄 현실화하면 통항량 절반
이달에만 국제유가 25% 급등
美, 이란 비밀 핵시설 타격 예고
20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여성이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을 의미하는 반미 낙서 옆을 지나가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EPA연합뉴스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 반군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홍해 봉쇄를 위협하면서 유조선들의 회항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해협이 차단된 데 이어 양대 항로가 막히게 된다면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5%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dpa·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21일(현지 시간)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의 일환으로 경고를 발령한 데 따라 최근 24시간 동안 선박 6척이 회항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후티가 봉쇄하려는 곳은 호르무즈해협이 막힌 후 우회 수출로로 쓰인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해협이다.
후티가 운영하는 사바통신은 회항한 선박들이 후티 측의 경고를 받은 후 항로를 변경했다고 전했다. 후티 산하 인도주의작전조정센터(HOCC)는 전날 글로벌 해운사들에 이메일을 보내 “사우디 모든 항구에서 선박의 화물 선적 및 하역을 금지한다”고 경고하며 해상 안전을 위해 협조할 것을 권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같은 경고 이후 사우디산 석유를 실은 일부 유조선이 홍해에서 항로를 변경하기 시작했다. 홍해로 접근하면서 운항을 일시 중단하거나, 수에즈 운하를 향해 북쪽으로 기수를 돌린 선박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고 발령 후 몇몇 중국 선박이 홍해에서 회항했으며, 그리스 해운사 다이나콤 탱커스가 관리하는 유조선도 발길을 돌렸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사우디는 원유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으로 돌린 이후 홍해는 에너지 수송로로서 중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원유 공급 충격을 완화해왔던 핵심 우회 수송로인 홍해가 봉쇄 위기에 처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다시 고조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재개하면서 이달 들어 국제유가는 약 25% 급등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상황 악화를 경고했다.
해운 분석업체 클레플러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바브엘만데브해협이 동시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5%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은 하루 평균 45척 수준이다. 후티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인 2023년 10월 이전에는 하루 65~72척의 상선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했다.
후티가 예고한 대로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 봉쇄에 들어가면 통항량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고, 봉쇄 대상을 확대한다면 감소 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클레플러는 전망했다.
중동 지역 뿐 아니라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해 글로벌 공급에 악재를 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흑해 항구인 노보로시스크 인근을 드론으로 잇따라 공격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산 원유를 흑해로 운송하는 카스피해 송유관 컨소시엄(CPC) 파이프라인 운영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송유관은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를 운송하는 핵심 수출로다.
한편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11일째 공습을 단행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 동부 시간으로 이날 오후 7시 이란 내 군사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습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운항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부사령부는 공습 개시 1시간여가 지난 뒤 별도의 공지를 통해 11일째 야간 공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이란의 군사 작전 센터, 해상 전력, 항공기 격납고, 드론 보관 시설, 군사 물류 인프라 등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비밀 핵시설로 추정되는 ‘곡괭이 산’(쿠에 코랑)에 대한 타격을 이날 예고하기도 했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미국이 핵시설을 공격하면 중동 내 모든 미국 자산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