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토큰증권,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북항 돔구장
시민과 팬 참여하는 디지털금융
재원 조달과 운영 기반 역할 가능
국민참여성장펀드 활용도 고민을
부산시, 실행 가능하게 엮어 내야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나 토큰증권(ST)을 시민, 야구팬들에게 발행하면 어떨까요. 국민참여형성장펀드 활용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금융권의 고위 인사가 북항 돔구장과 관련해 이런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다. 그는 “사계절 복합시설로 개발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한 만큼, 그 재원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자산 거래·결제 등 다양한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북항 돔구장 복합개발이라는 지역 부흥 청사진을 내건 현 시점에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을 활용한 시민 참여형 금융은 디지털금융 도시 부산의 강점을 활용하는 실현 가능한 재원 조달 모델이다.
토큰증권(ST)은 부동산, 건물, 미술품 등 실물자산의 소유권이나 수익권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증권으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상품이다. 투자자는 이를 소액 단위로 매입해 고가의 실물자산에도 부담 없이 투자하는 조각투자가 가능하다. 북항 돔구장 개발에 접목하면 사업 시행자는 돔구장과 함께 들어설 호텔, 쇼핑몰 등의 미래 임대·운영수익을 바탕으로 토큰증권을 발행해 투자금을 모을 수 있다. 투자자는 지분에 따라 수익을 받는다.
스테이블코인은 원화나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돼 가격 변동을 최소화한 디지털 화폐다. 이 역시 북항 돔구장에 적용해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경기 티켓과 공연 입장권, 식음료, 굿즈, 주차요금 등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 나아가 주변 호텔과 상업시설, 관광지까지 동일한 결제체계를 구축하면 지역 내 소비와 자금 순환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멤버십, 할인 혜택과 연계해 팬과 관광객의 재방문을 유도할 수도 있다.
북항 돔구장 개발이 가능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 조달과 건립 이후 안정적인 수익 구조, 운영 기반이 필요하다. 토큰증권은 전자, 스테이블코인은 후자에 활용 가치가 큰 디지털금융이다. 건설 단계에서는 토큰증권을 통해 시민과 야구팬,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고, 완공 이후에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해 돔구장과 북항 일대의 안정적인 소비 생태계와 운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때마침 국내 최초 조각투자 유통 전담 장외거래소가 부산에서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BNK금융 등이 참여하는 플랫폼이 본인가를 받으면 북항 돔구장과 같은 대형 개발사업을 토큰증권으로 유동화하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현재 은행권이 제도화에 맞춰 원화 발행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블록체인 특구 부산이 스테이블코인 실증사업으로 서비스 모델을 선도할 수 있다.
북항 돔구장은 그동안 막대한 사업비 조달이 걸림돌로 꼽히며 실현 가능성이 낮게 평가됐다. 하지만 전재수 부산시장 취임과 함께 다시 동력을 얻으며 사업 범위가 복합개발로 확대됐고, 사업비도 기존 1조 3000억 원에서 약 3조 원 규모로 커졌다.
불어난 예산에도 시민들은 단순한 야구장 이상의 의미와 부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북항 돔구장에서 찾고 있다. 해양수산부 이전과 해양 관련 기관·기업의 집적은 부산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지만, 떠나는 청년들의 발길을 붙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다른 지역은 대규모 반도체 공장과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앞세워 기대에 부풀어 있다. 부산에도 도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상징적인 프로젝트가 절실한 이유다.
부산의 달라진 관광 경쟁력은 북항 복합개발의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글로벌 관광도시로서 위상도 강화되면서 호텔과 공연, 문화·상업시설을 결합한 복합개발의 사업성 역시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투자를 타진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내 유수의 호텔·리조트 기업과 대기업, 세계적인 공연 기획사 등이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대형 투자 물꼬가 트인다면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이 부족한 사업비를 보완하고,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국민참여형성장펀드도 힘을 보탤 수 있다. 현 제도상 지역 개발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부산시와 정치권이 나서 북항 돔구장을 국가 차원의 핵심 성장 프로젝트로 인정받아 투자 대상에 포함시킨다면 정부 재정과 민간 자본을 보완하는 새로운 재원 조달 방안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중요한 것은 컨트롤타워와 실행력이다. 부산시는 투자 의향을 보이는 기업들이 실제 투자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금융을 활용한 재원 조달과 운영 기반 구축 등 흩어진 아이디어를 하나의 전략으로 엮어내는 것도 부산시의 몫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대성 경제부 차장 nmaker@busan.com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