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명예훼손죄 개정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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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법무법인 성연 대표변호사

사실 적시해도 타인 평가 저하 땐 처벌
예외 인정하지만 표현 자유 위축 우려
2021년 합헌 결정 이후에도 논란 여전
내부 고발·공익 목적 폭로 등 저해 지적
사생활 비밀 침해만 벌하는 입법 논의
양립 어려운 가치, 정교한 균형 찾아야

이번 달 7일부터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개정법은 불법성이 확인된 허위·조작정보의 반복적인 유통과 수익화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규정했다.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유포하여 타인의 인격권·재산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 경우 유통을 금지하고, 징벌적 성격의 손해배상도 가능하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규제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 보호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명예훼손 처벌 체계는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를 나누어 처벌한다. 또한 형법 제309조는 신문·잡지 등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개적으로 명예를 훼손한 경우를 별도로 처벌하면서, 비방할 목적이 있는 경우 사실적시와 허위사실적시 모두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우리 법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구분하여 명예훼손을 규정하고 있는데, 온라인 영역에서 별도의 가중 규제를 두는 것이 타당한지, 또한 진실한 사실의 적시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개정 논의가 있었다. 최근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었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자체를 둘러싼 개정 논의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거짓이 아닌 진실한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표현의 경우 성립한다. 모든 사실적시 행위가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310조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하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역시 비방 목적이 인정되어야 처벌할 수 있다. 이러한 예외 인정 조항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말한 행위 자체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국제적으로도 비교적 드문 입법례에 속한다. 영국은 2010년 명예훼손에 관한 형사처벌을 폐지했고, 미국 역시 연방대법원 판례를 통해 명예훼손 문제를 민사적 구제의 영역에서 해결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도 명예훼손죄 자체는 유지하고 있으나 공익성 판단과 위법성 조각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유엔 인권위원회는 2011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15년 우리나라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권고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이 있었지만 여전히 폐지론과 존치론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지난 2021년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다수의견은 인터넷과 SNS의 영향으로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 속도와 파급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고, 훼손된 명예는 사후적으로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민사적 구제수단만으로는 예방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며, 진실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개인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위헌의견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실한 사실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정보 공유가 핵심적 가치라고 보았다.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행위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내부고발, 소비자 후기, 공익적 목적의 폭로와 같은 표현 활동이 형사처벌의 위험 때문에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찬반 대립을 절충하려는 입법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법무부 산하 형사법개정특별위원회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전면 폐지하거나 현행대로 유지하는 대신, 처벌 대상을 사생활에 관한 비밀 침해에 한정하는 방향의 개정을 권고할 예정이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적시 행위 중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로 인정되는 내용인 경우 처벌하고, 그 외의 경우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이다.

명예훼손죄 개정 논의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 보호라는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키는가에 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정보의 확산이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일단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익적 문제 제기와 정보 공유를 위한 표현은 보장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명예훼손죄 개정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구제 수단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양립이 어려운 가치 사이의 균형을 위한 정교한 법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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