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호텔 사건’ 뇌물 수수 전직 공무원들 무죄, 이유는?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권 보장 않아”
위법수집증거 판단…증거능력 인정 안 해
‘배임 등 혐의’ 사업 시행사는 징역형 선고
법원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문제 삼아, 민간투자 사업 시행사 대표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공무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형사1부(지원장 차동경)는 지난 18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공무원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재직 시기인 2020년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 사업 시행사 대표인 A 씨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경찰이 압수수색 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문자메시지 등 핵심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배임 등 혐의로 수사받던 A 씨가 잠적한 2023년, 제삼자에게 A 씨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받아 압수한 다음 전자 감식을 거쳐 증거인 전자정보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후 A 씨를 붙잡고도 전자정보 탐색·복제·출력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 압수 목록도 체포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전달했다.
판례에 따르면 휴대전화에서 전자정보를 탐색하고 출력하고 복제하는 과정도 압수수색에 해당한다. 압수만으로 절차가 끝나지 않기 때문에 A 씨 참여권이 당연히 인정돼야 한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에 A 씨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고 압수 목록을 늦게 내준 것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은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인정하지 않는다. 전자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 등 문서와 공판 과정의 피고인·증인 진술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거능력이 있는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전직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A 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회의원 B 씨도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반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이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A 씨는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 회사에 25억 9000만 원 상당 피해를 주고, 사업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1억 6000만 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앞서 같은 배임 혐의로 징역 10년이 확정됐기 때문에 소송 종결을 뜻하는 면소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다는 등 이유로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PF 대출금을 사용해 환급된 부가가치 세액 상당 예금채권을 개인 용도로 담보 제공하거나, 사실혼 배우자 등을 회사 임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급여 등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해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앞선 판결과 동시에 선고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조성 사업은 합천군이 영상테마파크 터(1607㎡)에 민간 자본 590억 원(대출금 550억 원·시행사 부담 40억 원)을 유치해 7층 200실 규모 호텔을 건립하는 내용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2024년 A 씨가 대출금인 부대 사업비 250억 원을 챙겨 잠적해 공사가 중단됐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