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드문드문 벼농사
지역 불균형으로 인한 소멸 위기 현상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에서 나타나지만 특히 농촌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농촌 인구의 궤멸적 감소는 결국 농업 일손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벼농사 등 노동 집약적 농법에 타격을 주게 된다. 이 같은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새로운 벼농사 기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드문모심기’ 농법이다.
드문모심기는 모판에 뿌리는 볍씨의 양을 늘리는 대신 기른 모를 논에 옮겨 심는 이앙 작업 때 모판 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농법을 뜻한다. 모내기 작업 때 모판을 드문드문 심으면 투입 노동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절감된다.
농촌진흥청은 2020년 모판에 파종하는 볍씨량을 기존 130g 안팎에서 300g까지 늘려 파종하고 이앙하는 모판은 평당 기존 80주에서 50주 수준으로 줄이는 드문모심기 벼 재배법을 시범사업으로 도입했다. 시범사업 결과 파종에서 이앙까지 투입돼야 하는 노동시간은 300평(10a)당 2.6시간에서 1.9시간으로 27%가 줄어 인력 절감 효과가 기대됐다. 농사 과정에 드는 비용도 300평당 22만 원에서 12만 8000원으로 42%가 감소했다.
이렇게 노동시간과 비용이 줄어들게 되면 수확량에는 어떤 변화가 발생할까. 농촌진흥청 시험 재배 결과 300평당 벼 수확량은 560~600kg으로 일반 경작 때와 비교해 95~100%의 수확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판의 수를 줄였는데도 생산량이 비슷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벼의 분얼(줄기 분화)에서 이유를 찾았다. 벼는 조밀하게 이앙하면 줄기가 위로 자라기 때문에 폭을 충분히 확보해 드문드문 모내기를 하면 분얼이 활발해지면서 여러 줄기에서 벼 이삭이 달린다는 설명이다. 드문모심기 때 분얼이 활발하게 일어나 수확량 확보에 유리한 벼 품종으로는 영호진미, 백옥찰, 화선찰, 일품 등의 품종이 꼽힌다.
6년여 전부터 농촌진흥청 주도로 시험 재배가 이뤄져 오던 드문모심기 재배가 최근 경남 창원에까지 확산됐다는 소식이다. 창원시농업기술센터의 시범사업 차원에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지만 효과가 검증되면 더욱 활발하게 보급될 전망이다.
한때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 생산력 극대화에 치중하던 벼농사가 노동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찾기에 더 골몰하게 된 세태 변화가 아직은 조금 낯설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