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열일곱 살' 금융 중심지 부산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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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경제부 차장

지정 17년 넘은 부산 금융 중심지
서울 집중·내실화 부족 속 '허울만'
전주 금융 중심지 추가 지정 논의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숙고 필요

지방선거가 끝났다. 여당이 대체로 승리했다는 평가 속에 지방 권력까지 상당수 움켜쥐면서 여권은 그동안 지방 정부와 국민 눈치를 살피며 미뤄왔던 각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부산과 관련이 깊은 금융 정책도 그렇다.

우선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과 코스닥 분리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차례 회의에서 이를 언급하며 추진 의지가 확인됐다. 부산에 본사를 둔 거래소의 코스닥 시장 관련 기능이 서울로 더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부산 남구 금융 자율형사립고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가 수행한 용역이 거의 마무리됐지만 선거 이후 지방 권력과 협의가 필요한 만큼 미뤄뒀던 논의의 빗장이 곧 풀릴 듯하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금융 중심지 부산의 위상에 영향을 끼칠 금융 정책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제3 금융 중심지 지정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에 전북 전주에 본사를 둔 국민연금공단이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고, 이에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투자은행,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잇따라 전주로 몰려들면서 제3 금융 중심지 논의가 재점화됐다. 대통령은 전주의 사례를 성과로 추켜세웠다. 지난 대선에선 제3 금융 중심지 지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전주 지역에서도 지금이 적기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의 지방 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 기조에 관련 논의가 더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부산시와 부산 시민단체는 ‘나눠 먹기식’ 금융 중심지 정책은 그간 어려운 상황에서 축적해 온 부산의 인프라와 기능을 통째로 흔들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전주 지역 상공계 등은 부산이 금융 중심지 추가 지정을 지역 간 제로섬 게임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반하고 있다며 ‘실망’과 ‘분노’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지방 소멸의 시대, 팽창하는 수도권에 맞선 전주의 외침이 십분 이해된다. 하지만 국토 면적과 금융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금융 중심지를 세 곳까지 분산 지정하는 것이 과연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바람직한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금융 중심지 부산의 초라한 현실까지 새겨본다면, 추가 지정 논의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되묻게 된다.

부산이 금융 중심지로 지정된 건 2009년 1월이다. 17년이 넘는 긴 세월이 지났지만 부산은 지정 초기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유아기 수준의 금융 중심지에 머물러 있다. 금융산업 주요 인프라 기관들만 집중돼 자본시장을 지탱하는 골격만 갖췄을 뿐, 피와 살이 되는 민간 자본과 인력은 서울에 몰려 있다. 부산을 파생금융 중심지로 특화하려고 했던 정부 계획도 절반의 실패다. 실제 운용·트레이딩 인력과 의사 결정 기능은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이전 공공기관의 수장들과 주요 임직원들은 여전히 일주일에 3~4일 서울에 머문다. 서울이 본사인지 부산이 본사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직원들 역시 많은 인원이 서울에 배치돼 있다. 서울에 60% 가까운 조직과 인력이 남아 있는 기관도 있다. 부산 금융 중심지는 서울 금융 중심지 ‘블랙홀’에 그 기능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용을 쓰며 명맥만 유지하는 꼴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금융 중심지 추가 지정 타당성 검토 용역에 착수했다. 용역은 오는 10월 마무리된다고 한다. 연내 추가 지정 여부가 가려지는 수순이다. 앞서 전주는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 금융 중심지 지정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용역에서는 전주가 금융 거점지로는 적합하지만 국제금융 중심지로는 맞지 않고, 추가 지정은 기존 금융 중심지 두 곳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기존 금융 중심지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내실화 노력에 지속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주가 금융 중심지로서 위상을 가질 만한 금융회사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유일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긴 세월 동안 정부의 부산 금융 중심지 내실화 노력은 부족했다. 그 사이 서울의 금융 기능은 철옹성처럼 더 굳건해졌다. 전주 역시 국민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금융 구조를 예나 지금이나 한계로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증시 활황에 돈과 인력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증시 침체 시 지속 가능한 금융 중심지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남는다.

정부는 금융 중심지 추가 지정 논의를 기회로 금융 중심지 정책을 다시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여당 출신 새 부산시장도 정부 정책에 맞서 부산 금융 중심지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지켜내고 경쟁력을 키울 것인지에 대한 치밀한 전략과 대응이 필요하다. nmaker@busan.com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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