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AI 대전환 앞에 선 부산의 생존 전략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서용철 국립부경대 공과대학 학장 한국지리정보학회 회장

행정·교통·복지 서비스 전반 AI 재설계
선진 도시, '스스로 판단·실행' 변화 중
데이터 수집보다 삶의 질 개선에 활용

부산, 4877억 투입 AI 종합 전략 불구
국가 연구·실증 거점 제외 뒤처질 우려
해양도시 특성 살린 비전·실행력 절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 전 스마트폰으로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점심 메뉴는 앱 추천으로 고른다. 퇴근길에는 유튜브가 골라주는 음악을 듣는다. 우리는 이미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인공지능(AI)과 연결된 채 살아간다. 이제 AI는 일상은 물론 업무에서도 필수 도구가 됐다. 하지만 지금 세계의 선도 도시들은 이 AI를 단순히 ‘개인의 비서’로 쓰는 단계를 넘어, 도시 운영 자체를 바꾸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복잡한 민원은 AI가 처리하고, 사고 위험은 사전에 예측해 대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행정·교통·복지 등 도시 서비스 전반을 AI로 재설계하는 흐름을 ‘AI 대전환’, 즉 ‘AX(AI Transformation)’이라 부른다.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AX는 결국 도시를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세계 도시들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과거 스마트시티가 센서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집중했다면, 오늘날의 AI 도시는 그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를 예측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행동하는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던 도시 행정도 데이터 기반의 예측과 실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모았느냐가 아니라, 이를 시민 삶의 질 개선에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글로벌 선도 도시들은 분명한 방향을 보여준다. 싱가포르는 행정 전반에 생성형 AI를 빠르게 도입하고, 두바이는 부처별 AI 책임자를 두어 실행력을 높였다. 뉴욕과 헬싱키는 AI 활용 과정을 공개하며 시민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명확하다. 이들 도시는 AI를 기술 과시가 아니라 교통 혼잡, 범죄 예방, 노인 돌봄, 의료 접근성 같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부산은 어디쯤 와 있는가. 부산시는 5년간 4877억 원을 투입하는 AI 종합 전략을 발표하고, 에코델타시티를 중심으로 모델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분명 의미 있는 출발이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는 이미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 아래 광주(AX 실증), 대구(AX R&D), 전북(AI 팩토리), 경남(정밀 제조)을 중심으로 AX 연구·실증 거점을 선점하고 있다. 반면 부산은 아직 이 경쟁에서 뚜렷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자칫 ‘순차적 검토 대상’에 머무는 후발 주자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부산에는 다른 도시가 쉽게 갖기 어려운 강점이 있다. 세계적 수준의 항만과 해양 산업, 연구 기관의 집적, 그리고 해양수산부 이전으로 강화된 정책 역량이다. 부산의 AX는 이 강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히 인접한 경남의 제조 특화 AI 거점과 연계해 부울경 초광역권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선박이 드나드는 항만 물류 데이터를 AI로 예측하고 자동화한다면, 부산항은 단순한 물동량 경쟁을 넘어 세계가 참고하는 스마트 항만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해류와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해양 재난을 예측하고, 이를 도심 침수 위험 지역 경보 시스템과 연계한다면 ‘재난에 강한 해양도시’라는 새로운 안전 모델도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AI 대전환이 산업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복잡한 민원 절차는 간소화되고, 교통 약자는 대중교통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독거노인의 위험 신호는 행정이 먼저 감지하고, 소상공인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출 전략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재난 상황에서도 시민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AI 전환이 실제로 작동하는 도시의 모습이다. AX는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을 바꾸는 변화다.

이 과정에서 지역 대학과 공공기관, 산업계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대학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곳을 넘어, 정부 부처와 협업하여 지역 특화 데이터로 공공 서비스를 재설계하는 ‘지산학 AX 거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업은 기술을 실증할 기회를 얻고, 부산시는 민간 기술을 수용하는 개방형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연결이 구축될 때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작동할 수 있다.

지금 부산은 폭풍전야 앞에 서 있다. 세계 선도 도시들이 빠르게 AI 대전환을 이루고 있는 지금, 부산이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지금, 이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부산은 글로벌 AX 선도 도시로 나아갈 기회를 잃게 된다. 명확한 비전과 강력한 실행력, 그리고 투명한 행정을 통한 시민의 신뢰가 결합할 때, 부산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AX 선도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스마트폰 영상제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