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절반의 시간, 함께 뛰는 이유
박성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청장
오는 11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열린다. 월드컵은 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마지막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명승부는 경기 막판에 만들어졌다. 전반전을 끌려가던 팀이 후반전에 흐름을 바꾸며 역전하기도 하고, 종료 직전 터진 한 골이 한 나라의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기억도 여전히 선명할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힘겨운 시간을 지나던 시절, 거리마다 붉은 물결이 이어졌고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이들과도 함께 응원하며 하나가 됐다. 함께 뛰고 함께 응원할 때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했다.
축구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후반전 45분이 진짜 축구다.” 체력이 떨어지고 변수가 많아지는 후반전에 결국 팀의 조직력과 방향, 서로에 대한 신뢰가 승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로 연결되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변화와 성장도 가능해진다.
다음 달이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취임한 지도 어느덧 1년 6개월, 임기의 절반을 지나게 된다. 최근 들어 유난히 ‘후반전’이라는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역시 임기 반환점을 맞아 조직 체계를 다시 정비했다. 이달부터 시행된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2본부 4부 12과 체제를 2본부 1실 4부 14과 체제로 확대하고, 정원도 102명에서 110명으로 늘렸다. 특히 ‘혁신성장부’ 신설과 기업지원 체계 개편을 통해 기업의 투자 결정부터 성장, 후속 투자까지 보다 유기적으로 지원하는 현장 중심 행정을 강화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실행력을 만드는 일이다.
지난 시간은 현장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기업들의 이야기를 듣고 산업 현장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지금 지역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인들은 한결같이 ‘불확실성’을 이야기한다. 글로벌 공급망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산업 환경 역시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공장 부지만 보고 투자하지 않는다. 물류와 인재, 정주환경, 행정 대응 속도까지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함께 본다.
세계는 이미 새로운 경쟁에 들어섰다. 미국과 유럽, 중국과 일본 모두 첨단산업과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 경쟁은 더 이상 기업만의 경쟁이 아니다. 물류와 기술, 인재, 행정이 함께 움직이는 종합 경쟁의 시대다.
지금 동남권 역시 중요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가덕신공항 건설과 진해신항 조성, 북극항로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동북아 물류 환경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흐름을 얼마나 먼저 읽고 준비하느냐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개발률은 이미 98%를 넘어섰다. 이제는 얼마나 넓게 개발하느냐보다 어떤 산업을 유치하고 어떤 기업과 함께 성장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역시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산업과 물류, 기술과 사람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 자체보다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환경과 실행력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살아왔다. 많은 청년들이 기회를 찾아 지역을 떠났고, 지역은 인구 감소와 산업 침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지역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개발 논리가 아니라 산업과 일자리, 사람과 도시가 함께 연결되는 새로운 성장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축구가 전반전 점수만으로 끝나지 않듯 행정 역시 지금까지의 성과보다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남은 시간 동안 기업과 산업, 청년과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다시 현장으로 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