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오늘 하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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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관(1968~)

오늘 하루만 살자

아침 해에 실눈으로 잠시

간밤의 꿈을 되새기고

오늘 하루만 살자

어제는 이제 그림자가 되었다

돈을 벌고 번 돈을 다 쓰고

빚을 내서 어제의 빚을 갚고

오늘 하루만 살자

일렁이는 가슴을 숨기지 말고

저물녘에 슬픔이 밀려온대도

오늘 하루만 살자

걸으면서 꿈을 다시 꾸고

씨 뿌리듯 노래를 듣고

보리를 한 줌 넣은 쌀을 안치고

흩어진 일을 조금 더 간추려놓고

오늘 하루만 살자

가난과 기도와 투쟁과 함께

오늘 하루만, 더도 말고

떠나야 할 시간 앞에서

아픈 손가락을 한 번 더 만져주고

햇볕에 빨래를 널고 쓰레기를 버리고

오늘 하루도 애를 태우며

오늘 하루 더 땀을 흘리며

-시집 〈뒤로 걷는 길〉 (2025) 중에서

우린 항상 현재를 살아가는 중이고, 현재에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오직 ‘지금 여기’뿐입니다. 세월의 바퀴가 생에 닿는 순간도 한 점이듯, 오늘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 절박하고도 단단한 시인의 다짐은 새삼 비장해집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보자는 각오이자 주문.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듯 오늘 하루만 살자는 마음일 때 사소한 일상들은 더 소중해지고 특별해질 것입니다. 오지 않은 미래의 목표 대신 오늘 해놔야 할 일에만 집중하는 것. 내가 이룰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생활을 살아내는 것. 하루만 버텨보자는 짧은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긍정적인 태도로 삶에 진정한 힘을 불어넣어보자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신정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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