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오늘은 도시다움을 실천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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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컬바이로컬 대표

오늘은 지방 선거 날이다. 누구를 지지하건 뜨겁고 절실한 목소리를 골목마다 들으며 6월을 맞이했다. 집으로 배달된 선거홍보물을 보면 후보들마다 지역 내 현안과 도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숫자, 문자로 빼곡하게 나열하고, 지역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었다. 시민들은 정치적인 부분보다 동네의 발전을 기대하며 공약을 꼼꼼히 읽는 등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이벤트 같은 선거를 즐기는 심정으로 몇 주를 보낸듯하다.

이 시기에 선거 현수막을 보고 질문이 많아진 중학교 2학년 아들은 ‘글로벌허브도시’ ‘해양수도 부산 완성’이라는 슬로건을 읽으면서 학교에서 친구들끼리도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교육감 선거는 우리가 투표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한다. 그리고 역사 시간에 배운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그리스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도시국가, 즉 폴리스에서 아고라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의사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노예·외국인은 제외된 제한된 민주주의라고도 자신감 있게 설명한다.

선거는 새로운 그림 그릴 기회

공약 읽으며 지역 발전 부푼 꿈

부산 도약시킬 새 움직임 기대

아이들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이 내놓은 정책을 기준으로 누구나 걸어서 접근 가능한가, 무료로 앉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한가, 그늘·화장실·안전·야간조명·무장애 동선이 있는가, 어린이·청년·노인·장애인·이주민이 함께 쓸 수 있는가 등 다양한 고민들이 이야기되는 시기가 선거 기간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 동네에 다양한 정책을 기준으로 자신의 관점을 공감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마무리되는 날이 바로 오늘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도시에서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말하고, 듣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선거가 시작되었다. 도시 속에서 낯선 사람들이 함께 살며 갈등을 조정하고, 공공문제를 말하고, 권력을 감시하고, 공동의 결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선거제도를 활용한다. 특히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활동력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선거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를 통해 도시 공간의 활용도를 한 번 더 보여주는 시간이 된다. 광장과 거리는 시민이 집회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공원·도서관·문화시설은 다양한 계층이 만나는 일상적 공론장이 된다. 그리고 경로당, 복지관은 주민이 지역 문제를 논의하는 공간이 된다. 특히 시장은 의견을 수렴하고 시민을 만나는 장소로 중요한 공간이 된다. 경우에 따라 항만·역세권·재개발지역은 개발이익과 공공성을 둘러싼 정책적 조정이 필요한 공간으로 다양한 화두를 던지게 된다. 더불어 미래도시에 대한 큰 그림 또한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결국 도시는 단순히 건물과 도로가 모인 공간이 아니라, 시민이 주체적으로 결정한 다양한 결정의 결과가 켜켜이 쌓인 역사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선거는 도시의 다양한 활동력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이며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찾고 즐기는 시기인 듯하다.

부산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도시이다. 1979년 부마민주항쟁은 유신 체제에 저항한 대표적 도시민주화 운동이라고 말을 한다. 부산과 마산 지역의 항쟁 이후 10·26 사건과 유신체제 종말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환점이 된 장소가 바로 부산이다. 그래서 민주, 시민이라는 이름을 붙인 상징적인 공간이 있다. 대청동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는 민주공원은 부산 시민이 주도한 근현대 민주화 운동 전체를 기리는 전국 유일의 상징적 공원이며 민주 항쟁 기념관은 이러한 민주화의 기억을 보존하고 시민교육의 장으로 구축된 공간이다. 회오리 경사로를 중심으로 각 실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중앙부에 위치한 기념관 중앙에 우뚝 솟은 상징 조형물 ‘민주의 횃불’ 구조물은 하늘을 향해 힘 있게 상승하는 모습으로 공간을 압도하고 있다. 민주공원은 역사적 교육장과 함께 생태환경, 생활커뮤니티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공원도 마찬가지이다. 근현대사 100년 동안 외세에 빼앗겼다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이 땅은 평화와 치유의 상징이자, 부산 최대의 도심 속 공원이다. 과거 일제강점기 일본군 기지 및 경마장, 해방 후 미군 하야리아 캠프로 쓰였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지만 축구장 60여 개 크기(약 47만㎡)의 대규모 평지 공원으로 재탄생돼 역사의 회복과 시민들의 활동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시민공원은 피크닉, 놀이터, 문화예술 공연장, 아이들의 여름 물놀이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딱딱한 역사가 아닌 어쩌면 도시에서 자유롭게 방문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민주, 시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오늘은 민주, 시민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자연스러움’을 토대로 새로운 움직임을 기대하는 날이다. 부산이 실천하는 도시로 지역마다 다양함을 담을 수 있는 시작이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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