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여름은 어떻게 오는가
송진권(1970~)
말갛던 앵두알에 핑 도는 붉은빛과
연두에서 보라나 연분홍빛의 수국 숭어리들과
빨강에서 검정 보라로 익어가는 오디들과
오디를 감춘 뽕잎에 미끄러지는 바람과
시시덕대며 깨금발 치며
굴렁쇠 들고 채집망도 들고
징검다리 건너오는 아이들 같이
더러는 징검돌 하나쯤은 건너뛰어 달려오는
뒤에 강아지도 한 마리 안고 오는 아이도 있고
동생을 업은 언니도 웃으면서
여러 빛깔을 건너 뛰어오는
감나무 이파리를 타고 감꽃 하나씩 던지며
오는 저 초여름 별 좀 봐
두 볼이 바알갛게 상기된 채
숨이 차 말도 못하는
저 발간 오월 볕 좀 봐
시집 〈그림자놀이 하던 날은 가고〉 (2025) 중에서
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 자연의 정기와 사람의 온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시절이 성큼성큼 오가는 것만 알았지, 이미 온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여름이 어떻게 오고 있는지 시인의 시선을 따라 가봅니다. 바쁘게만 살다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음을 새삼 반성해봅니다.
여름을 불러오는 저 작고 여린 생명들의 에너지를 하나씩 음미해봅니다. 삶의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존재들이 계절이라는 궤도를 이끄는 수레였음을 알겠습니다. 우리가 스쳐 지나친 것들에게 보내는 안부 같기도 합니다. 사람과 자연과 뭇 생명이 교감하는 시원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여름. 당신의 여름은 어떻게 오고 있는지요.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시인의 여름을 따라가며 나의 여름은 어떻게 오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몹시 더울 거라 예상되는 올여름도 잘 살아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