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사상’ 동일 하청서 또…위험의 외주화 못 끊는 SK에너지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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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하루 만에 협착 사고로 중상
작년 10월 대형 참사 낸 업체와 동일
5개월 전 산재 대책은 ‘공염불’ 전락
피해 가족 “철저한 책임 규명” 요구
노동부, 이례적 수시감독에도 포함
산업안전법 위반 혐의 원·하청 조사


울산 장생포에서 바라본 석유화학공단 전경. 울산시 제공 울산 장생포에서 바라본 석유화학공단 전경. 울산시 제공

SK에너지 울산공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입사 하루 만에 심야 작업 중 지게차에 끼여 중상을 입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해 10월 6명의 사상자를 낸 수소 배관 폭발 사고와 같은 업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중대재해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은 SK에너지의 원·하청 안전관리 체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는 지난달 4일 오전 2시 36분 울산 남구 SK에너지 공장 내 촉매 교체 작업 현장에서 발생했다. 하청업체 (주)유벡 소속 노동자 A(58) 씨는 지게차의 지겟발(포크)에 폐촉매가 담긴 거대 자루(톤백)의 고리를 거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당시 후진을 시도하던 지게차가 바닥의 방유턱에 걸려 미끄러지며 앞으로 밀려났고, 지겟발에 걸려 있던 톤백이 A 씨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A 씨는 톤백과 자신의 뒤편에 있던 철골 구조물(하퍼) 사이에 가슴 부위가 압착되는 협착 사고를 당했다. A 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1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회복 중이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노동자 A 씨의 입사일은 사고 전날인 3월 3일로 확인됐다. 현장에 투입된 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신입 노동자가 업무 숙련도가 낮은 상태에서 새벽 심야 작업에 배치된 셈이다. 한 플랜트 노동자는 “이제 막 일을 시작했는데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이나 현장 안내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가 더욱 논란이 되는 이유는 해당 업체가 불과 수개월 전 SK에너지에서 대형 인명 사고를 낸 바로 그 업체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17일 SK에너지 울산 FCC 2공장에서는 수소 제조 공정 정기보수 중 수소 배관이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화재로 (주)유벡 소속 노동자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등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중대재해였다. 같은 하청업체에서 산업재해가 잇따르자, (주)유벡의 안전불감증은 물론 원청인 SK에너지의 하청업체 안전관리 역량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SK에너지는 지난해 10월 사고 직후 ‘산재 근절을 위한 종합안전대책’을 수립, 시행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번 사고로 해당 대책이 사실상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고질적인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구조적 인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SK에너지 울산공장 임원들이 지난해 10월 27일 울산콤플렉스(CLX) 본관 지하 1층 하이파이브홀에서 회견을 열고 수소 배관 폭발 사고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SK에너지 제공 SK에너지 울산공장 임원들이 지난해 10월 27일 울산콤플렉스(CLX) 본관 지하 1층 하이파이브홀에서 회견을 열고 수소 배관 폭발 사고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SK에너지 제공

기관별 사고 인지 시점에는 차이가 난다. 행정 조사 권한이 있는 노동 당국은 사고 당일 내부 정보망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 조치에 나섰다. 반면 소방이나 경찰 신고가 의무가 아닌 탓에, 경찰은 사고 발생 한 달여가 지난 최근에야 자체 첩보를 통해 경위를 확인했다. 현행법상 일반 산업재해는 발생 1개월 이내에 산업재해조사표를 노동관서에만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 남부경찰서는 기초 사실관계를 살피는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 중이다.

사고 당시 SK에너지 측은 119 신고 대신 사내 구급차를 동원해 A 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대형 사업장의 자체 구급 체계는 현장 지리에 밝은 대원이 즉각 응급 처치를 하고 전담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할 수 있다는 효율성이 장점이다. 반면 외부 기관인 소방이나 경찰에 사고 사실이 공유되지 않아 공적 감시망의 초기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단점도 공존한다. 실제로 119 신고 체계는 산업재해 접수 시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지만, 울산소방본부 확인 결과 사고 당일 접수된 신고 내역은 없었다.

이 때문에 자체 구급 체계가 없어 119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사고 즉시 경찰과 언론의 감시망에 노출되는 반면, 대기업은 사내 시스템을 일종의 ‘방패’로 삼아 공적 감시망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다는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SK에너지 관계자는 “급박한 상황이라 전문자격을 가진 응급대원을 동반한 사내 엠뷸런스로 이송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판단했다”며 “피해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 등은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 직후 “안전 조치 미흡으로 인한 추가 재해 발생 위험이 있다”며 해당 사업장의 ‘지게차 등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사용 작업’에 대해 작업 중지를 권고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현재 노동 당국은 SK에너지와 (주)유벡 법인, 그리고 각 사의 안전관리 책임자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특히 노동부는 동일한 업체에서 인명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점을 엄중히 고려해 이번 사안을 수시감독 대상에 포함하기도 했다.

향후 조사에서는 신입 노동자 투입 전 안전교육이 실효성 있게 이뤄졌는지, 방유턱 등 현장 위험 요소를 고려한 구체적 지침을 마련했는지 등 업무상 주의의무 이행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본래 화학물질 누출 방지용 시설인 방유턱이 지게차 작업 현장에서는 오히려 미끄러짐을 유발하는 물리적 장애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노동 당국은 원청인 SK에너지가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인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 집중적으로 규명할 방침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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