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나우] ‘배외주의’ 확산하는 일본, 34년째 공생 외치는 재일동포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관광 인센티브 정책도 “불공평”
경제적 불안에 소외감 느껴
삼일문화제, 다국적 출신 포용
“3·1운동은 세계 향한 메시지”

지난달 29일 후쿠오카시 가이시하마 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제34회 삼일문화제에서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한국 전통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후쿠오카시 가이시하마 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제34회 삼일문화제에서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한국 전통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참정당이 돌풍을 일으킨 뒤, 외국인에 대한 배외주의가 확산했다. 규슈에서도 외국인 겨냥 관광 정책이나 주택 건설 소식에 대해서도 SNS 등에서 비판이 쇄도했다는 의미의 ‘염상(炎上)’ 현상이 나타났다. 여론이 격화돼 실제 시위로 이어지거나 지방선거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100년 넘게 일본 사회의 변방에 살아온 자이니치 코리안에게 최근 분위기는 낯설지 않다. 34년간 후쿠오카에서 이어진 재일동포 축제 ‘삼일문화제’에서는 공생을 강조한 3·1운동의 정신을 다시 되새겼다.


■외국인 겨냥 관광·주택에 ‘염상’

인구 약 5만 명의 후쿠오카현 아사쿠라시는 지난해 민간 사업자의 외국인 겨냥 주택 건설 계획에 곤욕을 치렀다. 중국계 자본으로 알려진 민간 사업자가 시 외곽에 290세대짜리 맨션을 지어 분양 물량의 80%는 중국·홍콩·대만인에, 나머지 20%는 한국·일본인 입주를 계획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

이후 SNS에서는 “중국인용 거대 맨션 건설” “이민 정책 반대” 등 반발 여론이 확산했다. 후쿠오카현이 건설을 허가했다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와 서명 운동도 이어졌다. 이 사건의 영향인지 최근 아사쿠라시장 선거에서는 건설 반대 의사를 밝혀온 초선 후보가 재선의 자민당 소속 현역 시장을 제치고 당선됐다. 지난 21일 아사쿠라시는 “외자계 기업의 맨션 건설 계획이 백지화됐다”고 공지했다.

올해 초 해외 관광객 유치 정책을 내놓은 규슈 최남단 가고시마현도 염상을 치렀다. 현내 숙박 외국인에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부터 가고시마현 중앙역까지 이르는 신칸센 편도 운임 약 1만 엔(9만 2800원 가량)을 지원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도 편성하자 반발이 인 것. SNS에서는 “매국노” “불공평하다” 등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일본 언론은 이같은 현상이 배외주의 확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배외주의 만연사회·경제적 불안에서 비롯돼 자신들이 외국인에 비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쉽게 나타나고, 또 그것을 의식하는 정치세력도 대두하고 있다는 점을 배외주의 만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배외주의 속 3·1운동 공존 가치

외국인 배척 풍조 속, 문화라는 공감대를 계기로 국가 경계를 넘어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풍경의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달 29일 후쿠오카시 가이시하마 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제34회 삼일문화제에선 한류를 공감대 삼아 다양한 국가 출신의 이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손바닥을 마주 쌓아 ‘아파트 게임’을 즐기는 이들 사이엔 피부색이 다른 어린이들도 한복을 입고 어울리고 있었다.

일본·한국·네팔 출신의 여고생 세 명은 저고리를 입고 김밥 판매를 자청했다. 네팔 출신 라나 만다리 아노(18) 양은 “원래 한국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 친구가 생기고 나서 더욱 좋아지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회자 재일동포 박강수 씨는 “독립선언서에는 독립운동이 정의, 인도, 생존, 존영을 요구하는 것이지 결코 배타적 감정에 치우쳐선 안 된다는 문구가 있다”며 “3·1운동은 우리만을 위한 배타적 주장이 아니라, 곁에 있는 일본인과 아시아인, 나아가 세계인 모두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을 배척하는 풍조가 최근 들어 특히 강해진 것 같다”며 “3·1 정신이 지금도 보편적으로 통한다는 것을 호소하면서, 이웃나라 한국의 문화를 세계인과 함께 즐기는 문화제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일본에서 거주 외국인과 그 자녀에 대한 차별적 언동을 금지하는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이 제정된 지 10년째 되는 해다. 법 제정과 한류의 영향으로 자이니치 코리안에 대한 차별적 언동이 줄었다는 평가가 있으나, 배외주의는 확산 중이다. 문화제를 찾은 후쿠오카여자대학 국제교양학과 소아키 교수는 “3·1 정신은 한일 관계에서 비롯됐지만, 본질적으로는 더 다양한 사람의 해방을 말하고 있기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슈(일본)/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