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천창호 기술보증기금 상임이사 “부산은 기회의 땅… 창업 생태계 조성이 관건”
기보·부산, 더 밀접하게 협력해야
해양·물류 강점에 도시 인프라 탄탄
초기부터 씨앗 뿌리는 전략 필요
‘부산판 아기유니콘 기업’ 육성 제안
“기술보증기금(기보) 설립 목적에는 지역균형발전이 명시돼 있습니다. 동남권 핵심 거점인 부산과 얼마든지 더 협업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입니다.”
천창호 기보 상임이사는 기보와 부산의 관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기보는 1989년 설립 당시부터 부산에 본점을 둔 기관으로, 처음부터 부산을 터전으로 삼아 전국 단위 기관으로 성장해 왔다. 부산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만큼 부산의 도약에 함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남다르다. 천 이사는 설립 목적에 지역균형발전이 명시돼 있다는 점을 “신의 한 수”라고 표현하며 기보와 부산이 더 밀접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 이사는 국회 보좌관과 대통령실 중소벤처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거쳐 2024년 3월 기보에 합류했다. 정책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 내린 부산에 대한 결론은 ‘기회의 땅’이다. 해양·물류 도시라는 태생적 강점에 320만 시민과 탄탄한 도시 인프라까지 갖춘 부산이 창업 생태계만 제대로 갖추면 얼마든지 도약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천 이사는 부산 경제가 산업 전환의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신발산업 이후 산업 전환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국가 경제를 이끌어온 부산항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최근 변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설립한 기술창업생태계 컨트롤타워 ‘부산기술창업투자원’에 대해 “창업의 메카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만든 만큼 의미가 크다”고 했다. 기보도 지역본부 차원에서 창투원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그는 센텀시티·에코델타시티·북항 재개발 등을 포함해 각 권역이 특색을 갖춰 발전한다면 부산의 잠재력은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과제도 분명히 짚었다. 그는 “좋은 기업이 있어야 투자가 들어오고, 투자가 있어야 기업이 성장한다”며 “지금은 투자사들이 서울에 몰려 있고, 성장한 기업도 더 큰 투자처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초기 단계부터 씨앗을 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 이사는 ‘부산판 아기유니콘 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중기부 유니콘브릿지 사업을 참고해 부산시가 자체적으로 규모를 조정한 버전을 운영하자는 구상이다. 그는 “부산시가 우수 스타트업을 선정해 1억 원 정도를 지원하고, 기보도 해당 기업에 10억 원 정도의 보증을 연계해 준다면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며 “시가 이 기업들이 부산을 벗어나지 않도록 조건부 투자와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 이사는 부산을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놨다.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주거·금융 분야 전국 단위 기관들이 부산에 집적해 있는 만큼, 이들과 연계해 새 프로그램을 부산에서 먼저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부산시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공무원들이 절박함을 갖고 각 기관에 먼저 노크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관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도 반응이 없다면 그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경제진흥원, 테크노파크 등 지원기관 간 집적화와 소통 강화 등도 과제로 꼽았다.
기보는 지역 기업 밀착 지원을 위해 새 지점 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달 말 해운대 센텀 지역에 지점을 새로 열고, 올 연말 북항에 조성되는 스타트업파크에도 추가 지점 개설을 준비 중이다.
천 이사는 부산의 가능성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도 성장 비결을 궁금해할 만한 기업을 우선적으로 키워 내는 게 필요하다”며 “부산이 강점이 있는 산업 분야부터 시작해 부산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