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공곶이 수선화
경남 거제시 일운면은 수선화 관광 명소다. 일운면 공곶이 수목원은 봄이면 노란 수선화 군락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공곶이 수목원은 고 강명식 씨와 아내 지상악 씨가 일군 공간이다. 부부는 1968년부터 거제 바닷가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비탈진 황무지에 수선화와 종려나무, 동백 등을 심어 수목원을 조성했다. 호미와 삽, 곡괭이만으로 14만 8761㎡에 달하는 공간을 개간했다고 한다.
공곶이 수목원으로 가는 길은 예구마을에서 시작한다. 주차장에서 수목원까지 걸어서 20~30여 분 정도 걸리는 산책로도 무척 아름답다. 초입에서 경사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시원하게 펼쳐진 남해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이후 숲길을 지나 동백나무 터널과 200여m 길이의 돌계단을 통과하면 공곶이 수목원을 만날 수 있다. 수선화 군락지 인근엔 몽돌 해변도 자리 잡고 있다. 바다 너머 작은 섬, 내도가 이국적 정취를 더한다. 예구마을과 수목원 일원에서는 2024년부터 수선화 축제도 열린다. 지난달 21~22일 열린 올해 축제에도 4만여 명이 방문했다.
공곶이 수목원이 처음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엔 우연히 이곳에 들린 여행객들이 “거제엔 비밀의 화원이 있다”는 입소문을 내며 서서히 유명해졌다. 2005년 영화 ‘종려나무 숲’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람객이 대거 몰려들었다. 한 해 관람객은 40만 명에 달한다. 거제시도 2007년 거제 9경 중의 하나로 지정했다. 노부부의 노력 덕분에 공곶이가 12월엔 동백꽃, 3~4월엔 수선화, 가을에는 노랑코스모스 등 연중 다양한 꽃을 즐기는 공식 지역 명소로 발돋움한 것이다. 더욱이 공곶이 수목원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공곶이 수목원은 2023년 5월 고 강명식 씨의 별세로 위기를 맞았다. 남은 가족들이 운영하기엔 너무 벅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당시 거제시는 공곶이가 사유지이지만 전국적 인지도를 감안, 지원을 결정했다. 수선화 7만 포기를 새로 식재하는 등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면서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3년의 지원 기간이 오는 7월 끝난다는 것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지역 주민 등이 공곶이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며 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시도 고심 끝에 최근 지원 연장을 결정했다고 한다. 노부부의 땀과 열정이 깃든 기적같은 공간이 오랫동안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