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넘긴 변비·심한 잠버릇… 질병 시작 신호일 수도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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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환자 수 늘어나는 신경퇴행성 질환
떨림·경직·느린 움직임 등 나타나
파킨슨 증후군과 구분해서 치료
삶의 질 유지에 보호자 역할 중요

후각 둔화, 변비 지속, 깊이 잠들지 못하고 몸을 크게 움직이는 수면 등이 반복되면 파킨슨병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부산 좋은강안병원 신경과 김선정 과장은 “이런 변화들이 반복된다면 신경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좋은강안병원 제공 후각 둔화, 변비 지속, 깊이 잠들지 못하고 몸을 크게 움직이는 수면 등이 반복되면 파킨슨병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부산 좋은강안병원 신경과 김선정 과장은 “이런 변화들이 반복된다면 신경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라고 조언했다. 좋은강안병원 제공

매년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의 이름을 딴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결핍으로 떨림·경직·느린 움직임 등 운동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일부선 삼킴장애·인지기능 저하도

파킨슨병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20년 12만 5927명에서 2024년 14만 3441명으로 약 13.9%가 증가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파킨슨병 환자는 1177만 명에 이르고, 2050년에는 25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킨슨병 진료 인원을 분석한 2014년 자료를 보면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20% 이상 많고,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좋은강안병원 신경과 김선정 과장은 “파킨슨병이 진단된 환자들은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비운동 증상으로 변비, 렘수면행동장애, 주간졸림증, 후각 저하, 우울증이나 무감동 같은 정신 증상, 기립성 저혈압, 급박뇨·야뇨·빈뇨 등 소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노화나 피로가 원인일 것으로 생각하며 무심히 넘긴 증상들이 파킨슨병의 시작이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부분 환자는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쯤에 병원을 찾는다. 처음에는 한쪽 손의 미세한 떨림이나 글씨가 작아지는 증상,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증, 표정이 없어지거나 목소리가 작아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김 과장은 “초기에는 보행 시 한쪽 팔을 덜 흔들고 걷는 것 외에 큰 이상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라며 “병이 점차 진행할수록 발을 끌면서 종종걸음을 하고, 앞으로 넘어질 것 같으며, 발바닥이 땅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동결보행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나중에는 자세 유지가 어려워져 낙상 위험도 커진다. 질환이 진행할수록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지는 현상이나 이상운동증이 동반될 수 있고, 삼킴장애가 관찰되기도 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인지기능 저하나 환각과 같은 비운동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

 

■운동치료 초기부터 적극 병행해야

김 과장은 손떨림이나 걸음걸이 변화를 걱정하며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많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파킨슨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파킨슨병은 아니며, 비슷한 증상 뒤에는 서로 다른 원인이 숨어있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항정신병약이나 위장관 약물, 항구토제 같은 약물에 의해 파킨슨 증상이 유발되기도 한다. 대뇌피질 아래 깊은 부분에 위치한 신경세포 집합체인 기저핵이나 신경 섬유가 다발로 모인 백질 부위에 반복적으로 뇌경색이 생기며 나타나는 혈관성 파킨슨증도 있다. 혈관성 파킨슨증에서는 보행 불안정 등 하체 위주 증상이 두드러진다. 심한 우울증에서도 표정이 줄고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정신과적 치료를 적절히 받으면 회복할 수 있다.

파킨슨병과 파킨슨 증후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진단은 불필요한 치료를 피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김 과장은 “파킨슨병은 특정 검사 하나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동증을 필수로 하면서 떨림이나 강직이 동반하는지를 확인한다. 증상의 진행 양상과 좌우 비대칭성, 약물 반응 등을 종합해서 평가한다.

김 과장은 다른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서 뇌 MRI 검사를, 도파민 신경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핵의학 검사를 시행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영상 검사는 보조적 역할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신경과 전문의의 임상적 판단이다.

파킨슨병 치료의 핵심은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도파민 작용을 강화하는 약물 치료이다. 레보도파는 1960년대에 파킨슨병 치료에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이고 많이 사용되는 약제로 알려져 있다. 김 과장은 “초기에는 도파민 작용제나 MAO-B 억제제 등을 단독 또는 병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약물 치료와 함께 모든 단계에서 중요한 것이 운동 치료이다. 의식적인 보행 훈련, 균형 훈련 등은 증상 진행을 늦추고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에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병행하는 것이 좋다.

 

■낙상 예방하는 환경 만들기 중요

지난달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초기 파킨슨병 환자를 3.5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 발표에서 파킨슨병 환자의 시각·공간 인지능력이 먼저 저하한 경우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파킨슨병이 단순한 운동 질환이 아니라 뇌의 다양한 영역을 침범하는 전신적 신경퇴행성 질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김 과장은 “인지 기능 저하와 보행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라며 “운동능력이 떨어질수록 기본적 일상 수행에 영향을 주기에 파킨슨병 환자의 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와 관리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병이 아니다. 진단이 내려지기 훨씬 이전부터 환자의 일상에서 조용히 시작된다. 후각이 둔해졌다는 느낌, 이유 없이 지속되는 변비, 꿈속에서 몸을 크게 움직이는 수면의 반복, 설명하기 어려운 우울과 불안 등이 반복된다면 파킨슨병의 초기 단계로 보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김 과장은 “파킨슨병 환자가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보호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환자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일상 동작이 서툴러도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되는 안전한 집안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식사, 약 복용 시간을 정확히 지키도록 도와주고, 함께 운동하며 환자가 꾸준히 몸을 움직이고 사회적 활동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질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은 평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 보호자가 신체·심리적으로 지치지 않게 지원 서비스와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김 과장은 “완치가 어려운 병이지만, 증상을 잘 관찰하고 의료진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고 관리한다면 오랜 기간 일상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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