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흉기살해 피해자 스토킹 상담 사실에 경찰 대응 도마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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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신상 등 남기지 않아 관리 안 돼
여성단체 “위험성 인지하고도 무대응”
경찰 내부서도 ‘형식적 조치’ 지적 제기

지난달 27일 흉기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아파트 출입구. 최환석 기자 지난달 27일 흉기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아파트 출입구. 최환석 기자

경남 창원 아파트 흉기 살인 사건 피해자가 생전 피의자 집착을 호소하며 경찰 상담을 받은 사실(부산일보 4월 3일 자 10면 보도)이 드러나면서 스토킹 범죄 대응 체계 개선 요구가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20대 여성 A 씨가 흉기에 찔려 하루 만에 숨졌다. 피의자는 직장 동료였던 30대 남성 B 씨로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 정도 연락하며 지내다가 A 씨가 거리를 두면서 멀어졌다. 피의자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A 씨에게 집착하며 위협적인 내용이 포함된 문자 메시지를 다섯 차례 전송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달 5일 창원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직접 방문해 피의자 집착 사실을 상담했다. 그러나 피의자 신상 정보,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남기지 않아 학대 예방 경찰관(APO) 전산망에 기록되지 않았다.

여성단체는 강력범죄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무책임하게 대응했다며 경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는 최근 성명에서 “스토킹 범죄 피해자의 지연된 신고는 그만큼 협박과 보복 불안이 크기 때문”이라며 “이를 감지하는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한편, 사건 신고 안내에서 나아가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서 등 기관 출입구 여성 폭력 피해자 지원 기관 안내 홍보물 비치 △친밀 관계 폭력 대응·피해자 보호 체계 실태조사 △여성 폭력·살해 문제 범정부 종합대책 마련 등 방안을 요구했다.

경남 여성 폭력 신고·상담 현황 기준으로 2021년 684건이던 스토킹 신고는 2022년 1424건, 2023년 1714건, 2024년 1921건으로 증가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 경남센터로 접수된 상담도 2021년 68건에서 2022년 216건, 2023년 649건, 2024년 200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스토킹 등 여성 폭력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경찰 대응 체계가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내부 지적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경남경찰청 소속 C 씨는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는 특성상 반복과 집착이 기반이라 중대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현실적으로 피해자는 신고를 주저하기 때문에 신고 접수와 형식적 조치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고 접수나 상담 시 즉시 고위험 여부를 판단해 전문 인력이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도록 돕고, 결과에 따라 강제적이고 선제적인 보호 조치가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선언적 대책에 머문다면 결국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반복적 실험과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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