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방한' 마크롱 "호르무즈, 다자주의 접근 중요"…국제법 준수도 강조
"미국, 국제질서 원칙 스스로 흔들어…주권 존중해야" 비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최 국빈 방한 환영 오찬에서 답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동 전쟁 문제와 관련해 "호르무즈 해협 (항행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다자주의에 입각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다자주의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상황이 상당히 불안정한 가운데 다자주의적 (문제 해결)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유엔, 그리고 유엔의 가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동 위기 등 분쟁 완화를 위한 국제적 조건을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도 국제법의 틀 안에서 평화로 이어져야 한다.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도 (저와 이 대통령이) 같은 비전을 갖고 있는데, 국제법을 준수하며 지속적 평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과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며 "평화로운 세계 및 존중하는 사회·동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병 요구를 거절한 바 있는 마크롱 대통령이 국제 분쟁에 있어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사태 해결보다는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적 방식의 해법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지난 1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서도 중동 사태에 대해 "중국의 패권도 미국의 패권도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아시아, 중동, 유럽의 여러 국가가 함께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는 방안을 구축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한민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있다. 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우관에서 열린 학생들과의 만남 행사에서도 현 국제정세를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현재 상황은 상당히 도전적"이라며 "미국이 국제 질서 원칙을 스스로 흔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공통의 원칙과 규범에 합의해 왔으나 이제는 이중잣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특정 국가나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기 시작하면 국제법을 지키려는 노력 자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미국의 이란 공격을 비판했다.
또 그는 이란 정권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면서도 과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국가들에 미국이 군사 개입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군사 작전이나 폭격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국가의 주권은 존중돼야 하며 체제 변화는 해당 국가의 국민이 결정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가능한 한 빠른 휴전과 협상,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 활동을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 유엔의 역할을 강화하고 필요시 제재를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전쟁이 에너지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리는 해협 수송로 안전을 확보하고 관련 국가들과 협력해 긴장을 완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이런 협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