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르무즈해협 청해부대 파병, 국회 동의 절차 필요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트럼프 미 대통령, 군함 파견 요구 나서
다국적군 임무 절차적 정당성 확보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 3국을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하라는 요구를 하고 나섰다. 중국을 제외하면 이란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동맹국을 참전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이번에 거론된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안보 무임승차론에 가까운 비판을 들이댄 국가들이어서 기존 방위비 부담 증액 요구를 넘어서는 요구가 본격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동산 원유 90%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국내로 들어오는 현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입장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해협의 유조선 등 선박 통행 정상화를 위해 한국·일본·중국·영국·프랑스 등에 군함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아직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 파병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언급에 따른 공식 요청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한 국제법상 논란이 엄연한 가운데 고위험 작전 병력 투입은 자칫 이란을 적으로 돌릴 수도 있기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역할과 책임의 재조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한미 동맹 현대화’ 협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미국의 공식 요청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2020년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가 작전임무 구역을 호르무즈해협까지 확장하는 방식으로 한국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한 전례가 거론된다. 당시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 긴장이 고조되자 고심 끝에 나온 해법이었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공동방위를 위해 주도하던 ‘국제해양안보구상’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파병을 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일본도 당시 미국의 협력 요청에 자위대의 정보 수집 임무를 명목으로 독자 노선을 택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중동 정세는 당시보다 훨씬 긴박하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방안이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콕 집어 파병을 요구한 이상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임무를 ‘한국 국적 선박 보호와 해역 감시’에만 국한하고 미군의 지휘와 통제 체계에서 형식상 분리하는 방안도 쉽지 않을 터이다. 어떤 형태로든 파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 이번에는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20년 청해부대 호르무즈 독자 파병 때는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았지만 이번 미국의 요구는 다국적군 임무에 해당하기에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2020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이란 어느 한쪽에 서는 것은 교민과 기업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