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고속 추경, 지방선거용 의혹 불식하고 민생에 쏟아야
정부, 유가 급등 대응 추경 편성 가속
정밀한 설계·핀셋 지원으로 효과 내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인 3월 13일 광주 동구 학운동 한 주유소 입구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중동 전쟁 발 고유가와 민생경제 충격 완화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신속한 추경 편성을 주문하자 기획예산처는 13일 초고속 예산 편성 작업에 착수했다. 기획처는 추경 주요 항목으로 고유가 상황 대응을 위한 물류·유류비 부담 경감, 서민·소상공인·농어민 등 민생 안정, 외부 충격에 따라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수출기업 지원 등을 꼽았다. 추경 규모는 추가 국채 발행 없이 10조~20조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상공인·화물 운송업자·에너지 취약계층이 유가 충격에 직격을 당하는 비상 국면에서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유가가 요동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는 비상 상황에서 재정은 경제와 민생을 안정시킬 효과적인 방어막일 수 있다. 중동 전쟁이라는 중대 변수는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에도 부합한다. 정부가 추경 편성에 자신감을 갖는 배경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실적에 따른 법인세 세수 급증이다. 또 주식 거래 증가와 맞물려 증권거래세도 예상치보다 5조 원가량 추가로 걷힐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는 ‘추가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을 통해 금융시장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각 부처의 사업 계획을 받아야 추경 규모를 가늠할 수 있고 현재 목표치는 없다고 선을 긋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지출의 역효과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올해 예산은 728조 원으로 역대 최대로 편성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재차 돈 풀기에 나설 경우 통화량 증가에 따른 물가·환율 상승 등으로 서민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49.1%였던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사상 처음 50%를 넘어선다는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전쟁의 향방만큼 추경의 재원이 될 초과 세수 전망은 유동적이다. 섣부른 낙관론에 기대어 추경 규모를 크게 늘렸다가 실제 세수가 받쳐주지 못하면, 다시 빚을 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취약계층을 돕겠다는 취지의 추경이 서민 가계를 더 어렵게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재정은 국가 경제의 마지막 보루다. 위기 극복을 위한 마중물인 추가 재정은 취약계층과 민생에 대한 선별 지원 등 꼭 필요한 곳에 적기 투입해야 효과가 극대화한다. 중동 사태 대응이라는 추경 본래 목적과 무관한 사업까지 예산이 풀려서는 안 된다. 추경 시점이 6·3 지방선거와 맞물린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자칫 ‘지방선거용’이라는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지역 예산 끼워넣기나 선심성 지원 등은 차단해야 할 것이다. 실효성 있고 정밀한 추경 설계와 ‘핀셋 지원’은 필수다. 이를 통해 재정 건전성 유지와 민생 안정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함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