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라지는 어린이집 0세반… 이러니 애를 안 낳을 수밖에
정부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사업' 실시
교사 인건비 부담 가중 개선책 마련해야
서울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올해부터 저출생 대책으로 ‘어린이집 0세반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0세반 보육교사 1인당 담당하는 영아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것이다. 사업 취지는 좋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0세반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부산일보〉가 부산 지역 16개 구·군 국공립어린이집 333곳의 0세 원생 모집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비 0세반 정원이 없거나 줄인 곳이 148곳으로 전체의 44%에 달했다. 그 결과 대기 인원이 무려 300명이 넘는 곳도 있다. 양질의 교육과 돌봄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 오히려 부모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셈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이 0세반 운영을 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이유는 예산 부담 때문이다. 교사 대 아동 비율에 대한 정부의 지침을 따르려면 기존 0세반 전담 교사 수를 늘려야 한다. 기존 0세 원생이 12명이었던 곳은 전담 교사가 4명만 있어도 됐지만, 바뀐 지침으로는 교사가 2명 더 필요하다. 0세 원생을 1명만 늘려도 교사를 추가 고용해야 한다. 부산 지역 0세 원생 월평균 등록비는 58만 4000원 수준이다. 반면 교사 1인당 인건비는 통상 약 300만 원이다. 0세반 전담 교사 1명당 인건비 8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지만, 정원과 교사 수를 늘릴수록 어린이집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0세반 개설을 최소화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0세는 양육자의 손이 가장 많이 가며, 아동 성장과 발달에 중요한 첫 단계다. 출산 공백기를 딛고 사회생활로 복귀하려는 부모의 심적 부담도 매우 높아지는 때다. 이 시점에서 보육 문제를 해결해 줄 0세반 어린이집이 모자란다면, 특히 맞벌이 부모들은 더욱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조부모 등 주변 사람들에게 양육을 의존하거나 베이비시터를 수소문하며 높은 육아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사업’이 아직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개선책을 빨리 찾는 것이 시급하다. 모든 영아가 양질의 배움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사업 취지를 다시 곱씹어봐야 한다.
국내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8명대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인구 절벽의 위기 속에서 정부는 매년 천문학적인 저출산 예산을 투입해 왔다. 그런데도 0세 아동을 제대로 맡길 곳이 부족하다니 정책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0세반 운영의 축소는 보육 인프라 부족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저출생 현상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국비 지원, 시간제 보육 프로그램 확대 등 0세 아동 돌봄 인프라 강화를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낳기만 하면 나라가 키워준다’는 믿음조차 주지 못한다면 누가 애를 낳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