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증원, 소모적 갈등 접고 지역 필수의료 강화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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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32개 대학 '지역의사' 정원 확대
지방 의료 공백 해소 당초 목적 실현해야

보건복지부는 10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 개최 직후 브리핑을 진행하고 2027∼2031학년도 의사인력 양성 규모와 교육현장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학위수여식이 열린 서울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10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 개최 직후 브리핑을 진행하고 2027∼2031학년도 의사인력 양성 규모와 교육현장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학위수여식이 열린 서울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대 정원을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결정했다. 특히 신설 정원은 모두 10년 의무 복무 조건의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다. 이 계획대로라면 지역에는 모두 3342명의 지역의사가 배출된다. 이는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국가 의료 정책이 전환되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점은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 시절 ‘2000명 증원’ 강행으로 응급의료가 마비되는 혼란을 경험했던 국민은 의정 갈등 시즌2 재연을 걱정하고 있다. 의사 증원 논의는 지역 필수의료를 되살리려 시작된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 따르면 2040년에 부족한 의사 수는 최대 1만 1000명이다. 추계위는 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지난해 설치된 독립 심의 기구다. 정부와 의료 공급자·수요자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는 추계위 논의를 근거로 2027~2031년 의대 증원을 추산했다. 이번 증원안은 정부와 보건 전문가, 의료 수요·공급 단체들이 두루 참가해 숙의 끝에 도출된 결과다. 특히 증원 대상이 비수도권 대학의 지역의사제 전형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대승적 수용이 절실하다. 지방 병원의 인력난, 특히 소아청소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기피 진료과의 붕괴 위기를 고려하면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다.

의사 단체들은 지역의사제 도입이 의대 정원 확대의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식의 의심 속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 나아가 추계위의 의사 부족 예측마저 부정한다. 하지만 추계위에는 의협을 비롯한 공급자 위원이 다수여서 반대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의사라는 직역은 단지 전문직이 아니라 국민 생명을 다루는 공적 책임이 따르는 영역이다. 기득권 수호에만 매달리는 것으로 비친다면 사회적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사실 정부는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공공의료사관학교 정원을 제외하는 등 증원 규모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도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지방 의료 공백을 막는 대책을 내놓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정책의 성공은 운영의 내실에 달려 있다. 지방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 지역 필수의료가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수련 병원이 부족해 수도권에 의존한다면 무늬만 지방 필수의료가 된다. 또 교육 인프라의 확충, 기피 과목에 대한 보상 구조, 장기 복무를 유인할 정주 여건 개선 등 지역의 제도와 환경 설계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정부는 무조건 강행하기보다는 의료계를 끝까지 설득하고 지방 의료 개혁에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의사 단체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대 증원은 의료 체계 개편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소모적 갈등의 고리를 끊고, 지역 필수의료 회복이라는 본래 목적에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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