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가뭄’ 부울경… 해법은 지식재산처 지방청 설치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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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78% 이상 서울에 집중
심사도 대전서만 이뤄져 불리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수

부울경 지역에 지식재산(IP)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기술의 개발, 보호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실험을 하는 모습.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부울경 지역에 지식재산(IP)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기술의 개발, 보호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실험을 하는 모습.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전통적인 제조 공장이 중심이던 부산의 산업 현장에는 이제 이차전지, 파워반도체, 피지컬 AI 등 첨단 미래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과 기술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부산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성과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노력을 권리로 바꿔줄 지식재산(IP) 인프라는 여전히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식재산처 지방청과 같은 지역 맞춤형 지식재산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장 목소리’ 닿는 인프라 필요

5일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특허 심사관 1인당 담당 기술 분야는 75개다. 미국(10개), 중국(5개)은 물론 일본(47개)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이러한 과부하는 심사관들이 지역 산업의 특수성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여유를 앗아간다는 지적이다.

부산은 조선기자재와 자동차부품 같은 전통 제조 역량의 고도화와 동시에 이차전지·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제조업 기반 기술은 단순히 서류만으로는 그 가치를 온전히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장의 시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개발자와의 긴밀한 소통이 이뤄질 때 기술의 진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현재 심사는 지식재산처 본사인 대전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의 특수성을 평소에 체감하고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식재산처 지방청이 필요하다는 지역 상공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양재생 회장은 “변호사가 현장을 보고 설명을 들을 때 사건을 명확히 파악하듯, 제조업 기술 역시 현장 중심의 심사가 필수적”이라며 “지역 전문 분야 심사관이 상주하는 지방청이 있다면 관련 산업 육성에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78% 부산 2%

지난해 부산의 특허 출원 건수는 6236건으로 집계됐다. 전국 출원량의 고작 3% 수준이다. 서울(29.1%)과 경기(33.3%)가 전체의 60% 이상을 독식하고, 지식재산처가 위치한 대전(5.6%)에도 뒤처지는 뼈아픈 수치다.

이러한 ‘특허 가뭄’은 혁신을 뒷받침할 서비스와 인프라의 부재 탓이다. 실제로 지식재산권 관련 업무를 처리할 변리사 인력의 78.3%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부산 내 변리사는 단 270명(2.4%)에 불과하다. 울산(76명)과 경남(140명)을 합쳐도 수도권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방청이 들어서게 되면 이러한 불균형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 지식재산처 지방청이 생기면 지식재산 발굴은 물론 심사 처리 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지역 상공계에서는 기대한다. 한국의 심사 처리 기간은 평균 16.1개월로 일본(9.5개월)이나 중국(13.2개월)보다 훨씬 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첨단 기술 전쟁에서 1년 4개월이라는 시간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여기에 심사는 대전에서만 처리하고 있어 부울경 지역은 지리적 불리함도 추가된다.

지식재산처 지방청이 설립되면 현 상황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첨단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인프라 확충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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